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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지 말고 들어오세요" 달라진 병원 풍경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구의 아이비치과 입구에 '마스크 벗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 중구의 아이비치과 입구에 '마스크 벗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스크 벗지 말아주세요."

서울 명동, 대림동 일대 병원 돌아보니 #마스크 일상이 된 병원, 환자 뜸해 #일부 병원과 약국서는 여전히 마스크 안써 #온라인에선 '마스크 안써 불안' 글도 올라와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의 아이비치과. 이 병원 입구에는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접수를 받고 있는 직원 역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 병원 송승훈 원장은 "설 연휴 직후부터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 치료는 비말(침)이 튀는데, 만에 하나 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이 병원은 "혹시 환자가 마스크 없이 오면 병원에서 직접 마스크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원장은 "광화문 일대의 안과나 정형외과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벗지 말라고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우려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환자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등 환자 방문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첫 확진자가 나온 지 22일이 지났다. 세계적으로 확산 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감염 위험이 높은 병원, 약국 등의 마스크 착용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중구·마포구·영등포구 일대 병원·약국 20여 곳을 돌아봤다. 대부분의 병원과 약국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병원과 약국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곳도 더러 눈에 띄었다.

지난 10일 오후 5시경 방문한 명동 거리.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쇼핑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5시경 방문한 명동 거리.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쇼핑을 하고 있다.

"문 앞에서 열 체크" 명동 병원 풍경

신종 코로나는 병원 풍경을 바꿔놨다. 지난 10일 명동의 한 내과. 통유리로 된 문 앞에 직원이 마스크를 쓴 채 체온계를 들고 서 있었다. 직원은 문을 조금 열고 "어디가 불편해서 찾아왔느냐"고 물었다.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지, 열이 나는지를 물어본 뒤에서야 병원 앞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명동의 한 산부인과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접수를 맡은 직원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피부과와 정형외과 등은 안내 직원만 앉아 있을 뿐 한산했고, 성형외과는 불이 꺼져있었다.

중국인이 많은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병원 3곳에서 만난 의료진 중 간호사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치과에서 일하는 이 간호사는 “환자가 없어 잠시 벗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한 소아청소년과 간호사는 “아무래도 중국인이 많은 동네라 신종 코로나가 돌기 시작하면서 원장님은 물론 간호사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환자들도 80% 이상 마스크를 하고 온다”고 했다. 이 병원에는 간호사용·환자용 손 소독제가 따로 비치돼 있었다.

신종 코로나로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하는 한 간호사의 볼이 자극으로 붉어졌다. [사진 김나연씨 제공]

신종 코로나로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하는 한 간호사의 볼이 자극으로 붉어졌다. [사진 김나연씨 제공]

종일 마스크 쓰는 의료진…붉어진 얼굴

한 병원 의료진은 철저한 마스크 착용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겪기도 했다. 여의도 김예원 내과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김나연 실장은 마스크를 오래 써 붉어진 양쪽 볼을 보여주며 “신종 코로나 때문에 다들 예민한 데다 전파력이 높다고 하니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마스크를 한다”며 “보균 상태인지 모르는 환자가 올 수도 있어 의료진과 환자 서로를 위해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은 모두 착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만난 중년 여성 환자 역시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여의도 또 다른 내과에는 중국 방문 이력 환자들에 대한 안내문 외에도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라는 안내문이 따로 붙어 있었다.

온라인엔 "의료진 마스크 안 해서 불안" 여전한 공포

직접 돌아본 병원·약국에서 대체로 마스크를 잘 착용한 모습이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원 내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수도권 이외 지역이 많았다.

지난달 말 구미 지역 한 맘 카페에는 “KF94 마스크를 끼고 애랑 둘이 병원에 갔는데 직원과 간호사는 물론 의사까지 마스크를 끼고 있지 않아 ‘헉’ 했다”며 “병원에 있던 환자 20명 중 10명은 마스크를 하지 않았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약국은 더했다”며 “아무도 마스크를 안 끼고 대놓고 기침·재채기를 해 애를 약국 밖에 세워놓고 혼자 들어갔다 나왔다”고 덧붙였다.

2월 초 목포 지역 한 맘 카페에 역시 “병원이 제일 취약한 곳인데 종합병원이고 아동병원이고 의사·간호사들이 왜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하는지 모르겠다”며 “오늘 다녀온 병원에서 직원들은 안 하고 환자들만 쓰고 있더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 시흥·고양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병원 의료진과 환자 중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많다”는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 병원 안내문

신종 코로나 병원 안내문

외국인 손님은 마스크 쓰는데 

지난 10일 입구에 마스크 박스가 가득 쌓여있는 명동의 한 약국.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일행들이 마스크를 사고 있었다. 'KF' 인증이 있는 마스크는 개당 2700~30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정작 약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병원. 오후 6시가 다 된 시각이라 대기 중인 환자가 뜸했다. 진료실에 있는 의사들은 더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은 볼 수 없었다. 물리치료를 하는 곳에서도 의료진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병원 입구엔 '신종 코로나로 면회를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열을 제거나 병실 출입을 관리하는 사람은 따로 없었다.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

여의도 개인병원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들은 “종일 마스크를 하면 숨이 막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던 한 이비인후과 안내데스크 직원은 “환자가 없을 때 잠깐씩 벗었다 다시 쓴다”며 “진료 볼 때는 의사·간호사 모두 꼭 쓴다”고 말했다. 한 내과 간호사는 “진료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며 “강제사항이 아니고 계속 쓰고 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병원에 있던 환자 한 명도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다수의 사람을 접촉해야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과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현예·최은경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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