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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종 코로나 방역도 ‘봉쇄’ 모드…정부도 지원 제안은 ‘부담’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예방소독 사업을 강도높게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버스를 소독하고 있는 신의주시 위생방역소 일꾼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예방소독 사업을 강도높게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버스를 소독하고 있는 신의주시 위생방역소 일꾼들. [뉴스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제재 면제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 中엔 도와달라…南엔 연락 없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8일(현지시간) 유엔 제재위가 ‘신종 코로나 관련 한국 등 대북 지원단체로부터 제재 면제 문의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신종 코로나 예방 또는 치료와 관련된 제재 면제 요청이 오면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엔 제재위는 한국 정부나 지원단체로부터 면제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북한에 ‘저승사자’격인 유엔 제재위가 신종 코로나 관련 대북 지원에 선제적으로 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이 국제사회에 신종 코로나 관련 물품을 요청할 경우 인도적 협력 사안으로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로썬 방역도 ‘봉쇄’ 모드다. 지난달 말부터 중국·러시아와 인적 통행, 비행기·자동차 운행을 차단하는 등 사실상 접경지역 폐쇄에 돌입한 북한은 이후 2주 남짓 자체 방역에만 집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등 어떤 정보도 외부로 공개하지 않은 채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8일 대동강구역인민병원의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주민들에게 예방수칙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이 8일 대동강구역인민병원의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주민들에게 예방수칙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연합뉴스]

한 대북 민간단체 관계자는 10일 “북측 연락책들이 지난달부터 북한 내부로 모두 철수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북한에서 중국 측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한국엔 일체 도와달라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도 여력이 없다 보니 우리 측에 북측 상황을 귀띔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북한의 지원 요청이 온다 해도 지원 물품이 북으로 들어갈 방법이 남북 육로밖에 없다”며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관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도 북측의 요청이 있지 않은 한 먼저 신종 코로나 관련 지원을 제안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고, 마스크 대란 등 민심이 예민한 상황이어서다. 여상기 통일부 공보담당관은 “남북 간 방역협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는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과거 전염병 관련해 확진 사례를 공개한 건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때가 유일하다. 신종 플루는 2010년까지 유행하며 214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고 1만8000여 명이 사망했다.

정부는 2009년 12월 북한에 치료제와 손세정제 지원을 제의했고, 북이 호응해 50만 명분의 치료제가 북한에 지원됐다. 북한은 이후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는 확진자 발생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측에 열 감지 카메라 지원을 요청해 정부가 개성공단에 검역 장비를 대여해줬다고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남측과 대화하지 않는 기조에 따라 지원 요청을 쉽사리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신종 코로나 국면이 길어지면 식량 등 생필품 부족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남측과 교류협력 공간이 마련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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