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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사시험 대리 출제' '갑질' 논란 국립대 교수 강단 복귀하나

중앙일보

입력

김동원 전북대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지난해 7월 9일 학내 진수당에서 교수들의 잇단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원 전북대 총장과 보직 교수들이 지난해 7월 9일 학내 진수당에서 교수들의 잇단 비위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관세사 시험 대리 출제와 제자 갑질 의혹을 산 50대 국립대 교수가 올해 1학기 수업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재학생 사이에서는 "A교수가 물의를 일으키고도 아무 징계 없이 강단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 측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징계는 수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졌다"며 "단과대학도 '수업 배제' 의견이어서 폐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슈추적] #前전북대 강사, 지도교수 갑질 폭로 #논란 커지자 지난해 2학기 수업 폐강 #해당 교수, 올해 1학기 세 과목 배정 #재학생 "징계 없이 복귀하나" 우려 #대학 특별감사 결과 '중징계' 의결 #"다만 수사 결과 나오면 징계키로"

9일 전북대에 따르면 이 대학 A교수(52·여)는 올해 1학기 학부 2개, 대학원 1개 등 모두 세 과목(9학점)이 배정됐다. A교수가 지난해 7월 본인이 지도하던 제자의 폭로로 '갑질 논란'에 휩싸인 지 6개월 만이다. 이 문제로 지난해 2학기 A교수의 모든 수업은 폐강됐다. 하지만 현재 휴직 상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8년까지 전북대 시간강사와 강의전담교수로 일했던 B씨(33·여)는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와 교육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비공개로 진정서를 올렸다. B씨는 '청와대 ○○○○자문회의 민간위원 전북대 A교수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5년부터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던 A교수가 5년간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토로했다.

2018년 말 전북대를 떠난 B씨는 "A교수가 행한 갑질은 비윤리적 행위들"이라며 대리 강의 지시와 도서 대리 편찬, 사적 심부름 등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B씨는 당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교수가 대학원생뿐 아니라 학부생에게까지 갑질과 폭언을 일삼는데도 스승과 제자라는 수직 관계 때문에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며 "더는 이런 문화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공론화에 나섰다"고 했다.

전북대 재학생들이 지난해 7월 19일 학내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 교수의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대학본부 측에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전북대 재학생들이 지난해 7월 19일 학내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리 교수의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대학본부 측에 촉구하고 있다. [뉴스1]

B씨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 2018년 '관세사시험 특별전형 출제위원이 됐다'며 B씨 등 제자 2명을 시켜 시험 문제를 대리 출제한 의혹을 받고 있다. B씨는 "A교수가 저와 박사 과정 중인 제 동료에게 '공부 겸 트레이닝 명목으로 (관세사시험 문제를) 같이 출제해 보자'고 했다"며 "우리가 만들고 편집한 문제를 '출제윤리서약서'까지 동봉해 우편으로 보낼 때 A교수가 출제한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 등이 낸 문제는 실제 관세청의 '문제 은행'에 넘어갔다고 한다. 관세청 측은 "보안상 A교수가 보낸 문제가 관세사 시험에 나왔는지, 어떤 문제가 출제됐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A교수가 '공무상 얻은 비밀(관세사 시험 출제위원 선정)은 누설하면 안 되고, 문제 발생시 처벌을 받겠다'고 서약한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B씨는 "A교수는 거의 매일 사적 업무를 시키면서도 박사학위 논문 지도는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논문을 잘 읽어보지도 않고 빨간 펜으로 종이에 크게 X 표시를 하고 찢어버리거나 '네가 쓰는 게 글이냐' '깡통이다' 등 인신공격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전북대학교 교수비리 진상규명 학생위원회가 지난해 7월 19일 학내 학생회관 외벽에 내건 현수막. [뉴스1]

전북대학교 교수비리 진상규명 학생위원회가 지난해 7월 19일 학내 학생회관 외벽에 내건 현수막. [뉴스1]

A교수 가족 일도 B씨 몫이었다고 했다. 교수 조카들을 B씨가 자기 차에 태워 가게에 내려준 뒤 마사지가 끝나면 다시 집까지 데려다 주는 일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쇼핑과 구두 수선, 성형외과 방문 등 사적인 일정에도 A교수는 B씨를 불렀다고 한다. A교수가 다니는 산악회 모임에서는 식당 예약과 연락 돌리기 등을 시켰다고 B씨는 주장했다. 메뉴가 마음에 안 들면 '정신 나간 것 아니냐' 등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B씨 주장에 대해 A교수는 일부 사실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갑질은 결코 아니었고, 고의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변인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전북대는 같은 해 특별감사반을 구성해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다. 감사 결과 "A교수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비슷한 시기 A교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돼 징계는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경찰 수사 내용은 모르지만, 이달 말 A교수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징계와 별도로 A교수 소속 단과대학은 대학본부 측에 A교수의 수업 배제를 요청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본부도 수업 배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북대 관계자는 "'대학이 A교수의 징계를 미룬다'거나 '일부러 봐준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검찰이 수사 결과를 통보하는 대로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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