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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난리인데.. '코로나 특수'는 미국 기업이?

중앙일보

입력

모두가 위기에 처한 순간에도 빛을 발하는 곳은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경우 마스크를 포함한 위생용품 업계가 그러하다.

[사진 디이차이징]

[사진 디이차이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급습했을때와 비교해도 버스와 지하철 안, 도심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마스크 품귀현상 #중국인, KN95마스크는 미국 브랜드를 더 선호

바이러스 발원지 중국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마스크 가격 폭등' '마스크 사재기' '짝퉁 마스크 적발' '월급 5배로 올려 마스크 공장 인력 충원' '마스크 원조' 등등 마스크를 둘러싼 이슈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진 디이차이징]

[사진 디이차이징]

중국 현지에서는 이번 위기 상황 속에서 득을 본 주인공이 미국 기업이라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돈을 주워담았다"라고 개탄하고 있다.

믿을만한 건 미국 제품? 타오바오 인기 1위

중국 디이차이징(第一财经) 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월 21일-27일, 중국 타오바오(淘宝)에서 가장 검색량이 높았던 마스크 브랜드는 3M이었다. 그 다음은 중국 의료기업 위너(winner), 미국의 글로벌 복합기업 하니웰(Honeywell)이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 3M과 하니웰에서 유독 잘 팔리는 마스크 종류는 ‘KN95(미세먼지 차단율 95%이상)’다. 일반 의료용 마스크보다 미세입자 투과율이 낮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반대로 위너는 'KN95'보다 의료용, 외과용 마스크가 더 인기인 것으로 집계됐다.

타오바오 마스크 관련 검색어 랭킹 [사진 CBNDATA]

타오바오 마스크 관련 검색어 랭킹 [사진 CBNDATA]

중국 우한(武汉)시가 마스크 착용을 공식 발표한 이후 매일 4000만개의 마스크가 팔려나갔다. 베이징 한 약국에서 한 상자에 200위안짜리 마스크를 850위안으로 4배 비싸게 팔았다가 벌금 300만 위안을 납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신징바오(新京报)는 보도했다.

특히 전문가들이 미세먼지 차단율 90 이상 마스크 착용을 권고함에 따라 KN95 마스크는 특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품목에서 중국 소비자의 픽(PICK)은 미국 브랜드였던 셈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가만히 앉아서 돈만 벌었다?

3M은 사실 마스크 하나만으로 유명한 기업은 아니다. 포스트잇, 이어 플러그, 행주 등 각종 생활소비재를 만드는 회사다.

중국 매체 디이차이징은 3M을 두고 “얼핏 보면 그냥 생필품을 판매하는 것 같지만 연구 개발에 공을 들이는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9년 1-3분기 동안 13억 8400만 달러(약 1조 6551억 원), 비용의 7%를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 특허 보유 건수도 11만 건에 달한다.

[사진 신징바오]

[사진 신징바오]

중국 시장에서 3M의 운명이 바뀐 것은 2012년, 중국 스모그와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부터였다.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생활소비재로 탈바꿈한 것이다.

2013년 3M의 주력 상품인 스모그 방지 마스크(KN 95, KN90)는 중국에서만 연간 1억 달러(약 1200억 원) 판매고를 올렸다. 같은 해 3M 중국의 연간 매출은 30억 달러에 달했다. 2017년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经济新闻)은 “3M의 마스크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마스크 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3M 외 역시 미국 복합기업인 하니웰도 있다. 이 회사도3M과 마찬가지로 중국 미세먼지 습격을 계기로 공업용 마스크를 일반용으로 바꿔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토종 브랜드도 있지만..자국산 불신 분위기

그렇다고 중국 토종브랜드에서 KN95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 브랜드 위너(Winner 稳健)는 타오바오 마스크 검색량 순위에서 하니웰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했듯 주력 상품이 의료용 마스크이며, 아직까지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분야에서는 3M과 하니웰을 위협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진 뤼마오둔 징둥 스토어]

[사진 뤼마오둔 징둥 스토어]

중국인들이 이처럼 자국 브랜드를 불신하게 된 이유는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2012년 미세먼지가 중국을 뒤덮으면서, 마스크 시장에서 성공을 거머쥔 토종 브랜드가 있었다.

상하이 싱퉈캉룬셴웨이(上海兴诺康纶纤维)에서 개발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뤼둔(绿盾)'은 환경미화원 등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단 기간 내 중국 대중에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중국 경찰이 사용하는 '공식 마스크'라는 타이틀을 기반으로 3개월 만에 200만 개라는 판매고를 올렸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기간에는 알리바바 티몰 주간 판매량이 100만 건을 넘을 정도였다.

그러나 2015년 3월 15일 중국 소비자 고발의 날, 승승장구하던 '국민 마스크'가 대중의 신뢰를 깨는 사건이 발생한다. PM2.5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기능 검사 결과, 마오둔 마스크가 '불합격' 통보를 받고 만 것이다. 민간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조차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은 '뤼둔'의 브랜드 이미지는 한순간에 퇴색했으며, 매출 역시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20년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 위기를 기회로 잡은 주인공이 중국 토종 브랜드가 아닌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믿을만한 자국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마스크 생산 대국이다. 전세계 마스크의 절반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 공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하루 최대 20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으며, 2020년 1월 20일 기준 중국 내 마스크 및 호흡기 방호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1만 6635개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 신생 마스크 브랜드들은 3M과 하니웰에 비해 그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이 미미하다.

인간의 학습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날씨에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경험삼아, 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마스크들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어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위기의 순간에도 빛을 보는 사람은 있다. 우선 기회를 잘 잡아야겠지만, 그 기회를 장기화하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

차이나랩 홍성현
참고 디이차이징(第一财经)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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