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양숙 미행 유죄, 김미화 퇴출 무죄" 원세훈 7년형 더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오른쪽)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직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오른쪽)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직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 시절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눈에 들어 이명박 정부 정보기관 최고 수장까지 발탁됐던 원세훈(69) 전 국정원장이 6일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대선 댓글조작 사건으로 2018년 4년형 확정판결을 받은바 있어 형량이 11년으로 늘었다.

법원 "반헌법적 행위" 원세훈 엄벌

원세훈의 범죄 목록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공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이 "반헌법적이며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우파단체 등 민간인을 정치 심리전에 동원한 혐의 ▶국정원 직원에게 권양숙 여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미행시킨 혐의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의 금품제공 의혹을 받는 이모씨의 국내송환을 시도해 국정원 자금을 사용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MBC 인사에 관여해 최승호 당시 PD수첩 PD의 인사조치와 방송인 김미화씨 라디오 프로그램 퇴출, 배우 김여진씨의 라디오 고정출연 취소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다. 이날 재판에선 원 전 원장과 함께 공범 등으로 기소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 단장 등이 실형을 받아 구속됐다. 김재철 전 MBC사장과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등도 일부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작성 등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작성 등 민간인 불법 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첩보 없음에도 권양숙 미행지시 

원 전 원장과 이날 피고인들의 정치공작 혐의는 검찰이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서 보수 정부 국정원의 정치관여 혐의를 재수사하며 밝혀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혐의별로 9번이나 기소할만큼 수사에 수사를 거듭했다. 지난해 12월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법원의 선고보다 2배 이상 많은 징역 15년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원 전 원장 등 피고인의 혐의 중 국정원 직원에게 "권양숙 여사가 북한 사람과 만나는지 확인하라"고 미행을 지시한 혐의, 박원순 서울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려 미행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미행이 요구되는 첩보가 없었음에도 원 전 원장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려 한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관련 인물을 송환하려한 한 것은 "국정원의 직무와 무관한 지시"였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 등)와 이채필 전 장관과 함께 제3노총(국민노총)을 설립하려한 혐의(국고손실)에 대해서도 유죄를 받았다.

방송인 김미화가 이명박 정권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작성한 '문화ㆍ연예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2017년 9월1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방송인 김미화가 이명박 정권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작성한 '문화ㆍ연예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2017년 9월1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왜 MBC 혐의는 무죄 나왔나 

법원은 MBC 장악 의혹과 관련한 원 전 원장의 혐의엔 대부분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진보 성향의 연예인으로 알려진 김미화씨가 MBC에서 퇴출된 것에 대해 "라디오 진행자와 출연자는 언제든지 계약 파기가 될 수 있다"며 위법 행위가 아니라 했다.

김여진씨의 고정출연이 취소된 것도 위력행사는 맞지만 김씨의 방송 출연 자체가 무산돼 MBC의 방해된 업무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이유로 김재철 전 MBC사장의 업무방해도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사장은 MBC 직원들에게 교육명령을 부과해 노조 활동을 어렵게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재철 전 MBC 사장이 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은 직권남용에 문턱을 높인 지난달 30일 대법원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판례에 따라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 대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법리를 언급하며 원 전 원장이 국정원 하급 공무원에게 일부 야권 인사의 동향을 파악하게 한 혐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분석 지시 혐의 등에 대해선 "부당하다고 볼 순 있어도 직권남용 요건엔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