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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라이스 미 국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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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회의 만찬인 갈라디너에서 연주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로이터=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피아니스트로 변신했다. 27일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이스타나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외교장관회의(PMC)의 갈라디너에서다. 분쟁 중재를 위해 중동지역에 들렀다 회의에 참석한 라이스 장관은 붉은색 바탕에 흰색 점이 박힌 옷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2번(d단조, 작품번호 108)을 연주했다. 라이스 장관은 최근 중동 분쟁과 북한 미사일 사태로 무거워진 심경을 표현하기 위해 이 곡을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곡은 말레이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맡기며 깜짝협연을 연출했다. 연주가 끝나자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졌다. 3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라이스 장관은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으며,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지금도 친구들과 피아노 4중주를 협연할 정도의 수준급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2000년 7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이 행사에서 턱시도 차림에 골프채를 들고 나타나는 등 해마다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그때 백남순 북한 외무상을 겨냥해 "무례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만나 악수해 보니 무척 세련된 신사였어요"라는 내용의 세레나데를 부르기도 했다.

이날 파티에서 한국 대표단은 스웨덴 그룹 아바의 노래 '댄싱 퀸'과 뮤지컬 '맘마미아'의 주제곡을 개사해 불렀다. 한국 외교관 20여 명이 율동과 함께 부른 노래에는 아세안의 발전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 참석자들에게 인사했다. 일본은 2020년 할아버지가 된 아소 다로 외상이 14년 전인 2006년을 회고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해 눈길을 끌었다. 러시아 대표단은 아세안이 미국.러시아.중국 등 열강과의 관계에서 여러 모로 실리를 취하고 있음을 풍자하는 연극을 펼쳐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쿠알라룸푸르=이상언 기자

◆ 갈라 디너(gala dinner)=회의나 이벤트 때의 여흥을 곁들인 파티. 일반적으론 파티를 의미하지만, 아세안지역포럼(ARF)의 갈라 디너에선 일부 참가국 장관들이 노래나 연주, 공연 등으로 각자의 장기를 보여 왔다. 2004년 ARF에선 당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YMCA'라는 1970년대 미국 팝송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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