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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생에 "학원프락치" 추궁 연세대생 6명이 폭행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신부 통해 자수…학생들 2명만 폭행 가담했다·
15일 0시20분쯤 연대학생회관 3층 적십자서클 룸에서 양영준 군(20·법학3·적십자회전회장) 과 이선욱 군(21·경제3·교지편집부원) 등 연세대생 6명이 동양공전학생 설인종군(20·공업화학2) 을 학원프락치라며 각목으로 온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6일 오후 경찰에 자수했다.<관계기사 13면>
학생들은 경찰에서『설 군이 기관프락치로 활동해 왔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양·이군 등 2명만이 폭행가담을 시인하고있으나 나머지 4명도 공동정범으로 보고 17일 6명 모두에 대해 폭행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감금·폭행=양군 등은 연고제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10시쯤「만화사랑」서클회장 이주식군(21·응용통계3)으로부터『설 군이 가짜 도서대출증을 가지고있는 등 수상한 점이 많아 기관프락치 같다』는 말을 듣고 설 군을 학생회관 3층 사회부실로 끌고 갔다.
양군은『설 군이 도서대출증 위조, 서클가입동기 등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못해 오후 11시30분쯤부터 폭행하기 시작했으며 15일 0시2O분쯤 맞은편에 있는 적십자서클 룸으로 설군을 옮긴 후 의자에 손발을 나일론 끈으로 묶고 길이 1m쯤의 각목으로 때렸다』고 말했다.
양·이 군은『조사과정에 고려대생으로 보이는 학생 2∼3명도 가담했으며 함께 자수한 나머지 4명은 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군 등은『설 군이 7월 30일 고교동창인「박재신」을 통해「심현순」이라는 35세 가량의 남자를 소개받아 9월 30일 심씨로부터 연대 잠입을 지시 받은 후 서클에 가입했으며 회원동향보고 등 프락치활동을 해왔다고 자백했다』고 진술했다.
◇자수=양군 등은 15일 오전 3시30분쯤 설 군을 같은 층에 있는 홍보부실로 옮겨 간이침대에 재웠는데 같은 방에서 자던 김현철군(22·정외4) 이 오전 5시쯤 설 군을 깨우다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학생들은 설 군의 사체를 홍보부실에 숨겨둔 채 학생회관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뒤 l6일 오전 9시쯤 서울 명동성당구내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김영필·장용주 신부를 찾아가 사실을 털어놓은 뒤 신부들의 권유로 오후 3시30분쯤 중부경찰서에 자수했다.
◇설 군 주변=설 군 가족은 미장공인 아버지 설영휘씨(53)와 도배 일을 하는 어머니 우영자씨(50), 그리고 맏형 우종씨(29·D전자과장) 등 4형제가 있다.
어머니 우씨는『가족수입을 전부 합하면 한 달에 1백60여만 원이 돼 살림에 어려움이 없으므로 인종이가 돈을 받기 위해 프락치활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설 군의 방에서는 9월에 발행된 연세대교지『연세역사』와 광주항쟁관련 단편소설집『깃발』,『사회계급론』『세계경제론』등의 운동권서적 3∼4권이 발견됐다.
◇수사=경찰은 사인규명을 위해 17일 오후 서부지청 임운희 검사 지휘로 사체가 안치된 세란병원에서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임 검사는『사건의 사회적 파문을 고려해 설군의 프락치활동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수학생▲양영준▲이선욱▲이주식▲김현철▲오성훈(20·경제학3·컴퓨터서클회원)▲박경삼(23·경제4·만화사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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