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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빨아들이던 강남 성형병원들 "중국인 당분간 안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우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병원 출입문. 입구에 "국적불문 최근 14일 이내 중국을 방문한 환자의 내원을 일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이수기 기자

서우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병원 출입문. 입구에 "국적불문 최근 14일 이내 중국을 방문한 환자의 내원을 일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이수기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미용성형 병원은 최근 이 병원의 한국인 환자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안내’란 제목의 알림문(사진)을 보냈다. 알림문에는 ”중국 고객님을 당분간 받지 않겠습니다“, ”국적 불문 중국을 방문한 고객님의 내원을 일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중국 환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크긴 하지만, 중국 환자가 오는 병원에 대한 내국인 환자의 거부감이 큰 만큼 당분간은 중국 환자를 최대한 받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책을 취한다는 점을 한국인 환자들에게 널리 알려 내원에 따른 거부감을 줄이려는 포석이다.

성형외과 찾아온 외국인 환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성형외과 찾아온 외국인 환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여파가 의료 관광 산업에까지 미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당분간 중국인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업체까지 늘고 있다. 5일 의료관광 업계에 따르면 월 매출 50억원이 넘는 이른바 ‘A급 미용성형 병원’ 중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실상 중국인 진료를 중단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7일 해외 단체관광 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내국인 환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인 환자가 내원하는 병원이나 업체를 꺼리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다. 3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강남권 성형외과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국인 환자들의 거부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병원이 환자들에게 보낸 알림 문자.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병원이 환자들에게 보낸 알림 문자.

문제는 의료 관광 산업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의료관광 산업이 성장한 데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이 컸다. 실제 한국 의료를 체험한 37만8967명(2018년 기준)의 외국인 환자 중 중국인이 11만8310명으로 전체의 31.2%에 달한다. 특히 성형외과 이용 외국인 환자의 41.6%(2만7852명)가 중국인이었다. 익명을 원한 의료관광 업체 관계자는 “2017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인 의료 관광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을 때도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았다”며 “코로나 사태는 전에 없던 ‘역대급 위기’로 환자가 중국에서 넘어올 수 없는 데다, 내국인 환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어렵게 찾아오는 중국인 환자의 내원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국가별 외국인 환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국가별 외국인 환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의료관광 업계 내부에서는 환자의 주요 국가에 따라 양극화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한 예로 중동권 환자를 주로 취급하는 업체들은 아직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중동 의료관광 1위 업체인 하이메디의 경우 올 1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유치 환자 수가 2배가량 증가했다. 진료 문의 역시 지난해 1월 278건에서 올해는 3918건으로 늘어났다. 중동권 환자의 경우 절대 숫자가 많진 않지만, 1인당 평균 진료비는 610만원(2017년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 1인 평균 진료비(199만원)보다는 3배 이상 더 높다.

하이메디 정경미 홍보팀장은 “우리는 성형과 피부 등 뷰티 관련 환자 외에도 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환자군이 있어 아직 신종 코로나로 인한 취소 사례나 여파는 적은 편”이라며 “하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러시아나 일본 등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줄어들 수 있어 의료관광 업계가 전체적으로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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