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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의 경남 유턴’ 양산에 터잡은 김두관…친문과 화해 노렸나

중앙일보

입력

김두관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1]

김두관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1]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PK(부산·경남)로 돌아왔다. 9년 만의 유턴이다. 2012년 경남지사 재임 2년 차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지사직에서 사퇴한 김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고향을 떠나 경기 김포갑에서 당선됐다. 김 의원은 “(지역주의 극복의) 불쏘시개가 돼 우리 정치를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저를 태우겠다”며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경남에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말단 행정조직을 책임지는 이장(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부터 시작해 남해군수와 경남지사 자리까지 올랐다.

20대 총선 때 수도권에 진출했던 그는 21대 총선에선 같은 당 김영춘 의원과 함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선거의 선봉장에 선다. 김두관 의원은 양산을 출마에 대해 “일신의 편안함을 버리는 결정”이라고 했다.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김포갑 재도전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한 걸까.

고심 끝 'PK 복귀' 수용, 왜?

20대 총선 당시 경기 김포 장기동에서 선거 운동을 하는 김두관(왼쪽) 의원과 당시 김종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앙포토]

20대 총선 당시 경기 김포 장기동에서 선거 운동을 하는 김두관(왼쪽) 의원과 당시 김종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앙포토]

김 의원은 지난달 초부터 이어진 당의 PK 출마 요청을 거듭 고사해 왔다. “(김포는) 내가 가장 어려울 때 품어준 곳”이라면서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이 ‘김두관 PK 차출’을 요청한 데 이어 이해찬 대표도 거듭 설득했지만 김 의원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최재성 의원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계속된 요청에 PK 출마를 수용했지만 속내는 아직 복잡해 보인다. 김 의원은 “김포 시민께 거듭 양해와 용서를 구했다”며 “죄송한 만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두관 의원 입장에선 당의 요청이 ‘장렬하게 전사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됐을 것”이라며 “지난 한 달간 숱한 고민 끝에 어렵게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의 PK 복귀가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큰 그림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김포에 뛰어들 경우 재선 가능성은 높을 수 있겠지만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정도의 존재감을 확보하긴 어렵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PK는 판세가 녹록지 않다고 평가되지만 선거에서 선방할 경우 당 안팎의 입지가 강화되고 지역 기반까지 되찾는 기회가 마련된다. 민주당 한 3선 의원은 “김두관 의원이 주목도가 다소 떨어지는 수도권 외곽에서 재선을 하는 것은 대권 도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하는 '투톱' 체제 아래 권역별로 공동선대위원장을 두는 선거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권역별 선대위원장으로는 김 의원을 포함해 김부겸(TK·대구경북) 의원과 이광재(강원) 전 강원지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된다. 김 의원 입장에선 권역별 선대위원장을 맡아 PK 선거를 이끌 경우 당 내에서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대권 경쟁에 돌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

홍준표 지목해 "좋은 승부 펼치자"

김 의원과 경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이장에서 도지사까지 오른 김 의원은 2012년 경남지사 재임 2년 차에 돌연 사퇴하며 적잖은 지역 원성을 샀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출마를 위해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의지였지만 지역 내 비판 여론이 꽤 일었다.

김 의원은 2012년 경남지사 재임 2년차에 지사직을 사퇴하고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 문재인·정세균·손학규 후보 등과 경쟁했다. 사진은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남 경선에 참여한 모습. [중앙포토]

김 의원은 2012년 경남지사 재임 2년차에 지사직을 사퇴하고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 문재인·정세균·손학규 후보 등과 경쟁했다. 사진은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남 경선에 참여한 모습. [중앙포토]

김 의원은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손학규 후보에게 밀려 3위(14.30%)를 기록했다. 더구나 김 의원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지사직은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은 대권도, 지사직도, 지역 민심도 잃는 셈이 됐다.

김 의원은 2012년 지사직 사퇴를 “정치 역정 중 가장 후회스러운 선택”이라고 했다. 특히 보궐 선거에서 홍 전 대표가 당선된 것에 대해 “당시 도민들께서 지사직 사퇴 자체보다도 홍준표 지사가 후임 지사로 온 것 때문에 더 많이 섭섭해하셨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두관 의원의 양산을 출마 요청에 대해 "병졸과 싸우기 위해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중앙포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김두관 의원의 양산을 출마 요청에 대해 "병졸과 싸우기 위해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중앙포토]

김 의원은 홍 전 대표를 향해 “(양산을로) 오시면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나는 밀양에 터 잡고 PK 수비대장 하러 내려가는 것”이라며 양산을 출마를 거부했다.

'지역구 양산을' 그 의미는? 

김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을 출마를 결심한 건 의미심장하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친문 진영과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런 김 의원이 양산을을 택한 건 친문 진영과의 정치적 재결합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 양산시 매곡마을에 위치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정문. [중앙포토]

경남 양산시 매곡마을에 위치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정문. [중앙포토]

김 의원의 PK 복귀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두관이라면 PK에서 먹힐 수 있다”고 했지만, ‘조국 사태’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의 여파로 지역 민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많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정치적 승부수였겠지만 성공해도 본전이고 실패하면 자칫 그간 쌓아 올린 정치 인생이 끝나는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울경은 압승을 했는데 2년 만에 상황이 좀 많이 어려워진 것 같다”면서도 “(부울경 전체 의석 중) 과반 의석에 가깝게 승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의 부울경 의석은 10석(부산 6석 울산 1석 경남 3석)이다. 전체 의석(40석)의 과반을 확보하려면 현 지역구를 사수하면서 10곳 이상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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