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생충’ 이번엔 미국작가조합 각본상…봉준호 “어메이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월 25일 (현지시간) 미국 배우조합상(PGA) 시상식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1월 25일 (현지시간) 미국 배우조합상(PGA) 시상식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정말 놀랍습니다! (It‘s amazing)”
‘기생충’이 또 해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스에서 열린 미국작가조합(WGAㆍThe Writers Guild of America) 시상식에서 한진원 작가와 함께 각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이야기의 서사와 뉘앙스가 통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은 “어떤 사람들은 장벽들을 더 높게 만들지만, 우리(작가)들은 이 장벽들을 부수고 싶어한다(Some people make the barriers higher. We writers, we love to destroy the barriers)”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봉 감독의 이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겨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작가조합은 매년 영화와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대상으로 각본ㆍ각색 분야 등에서 빼어난 작품을 선정해 수상해오고 있다. 올해로 72회째를 맞았다. WGA상은 프로듀서조합(PGA)상, 감독조합(DGA)상, 배우조합(SAG)상과 함께 4대 조합상으로 꼽힌다. 영화계에 입김이 강한 프로듀서, 감독, 배우, 작가를 대표하는 단체에서 주는 상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 때문에 아카데미 트로피를 점쳐보는 주요 기준으로 꼽히기도 한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특히 이날 ‘기생충’의 WGA 각본상 수상은 아카데미 트로피를 놓고 경쟁 중인 ‘1917’을 제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한층 더하다. 현지 언론들은 ‘기생충’과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1917’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을 놓고 팽팽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는 가운데 ‘1917’ 쪽에 다소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4대조합상에서도 이날 발표 전까지 ‘기생충’이 SGA 앙상블상을, ‘1917’이 PGA(작품상)와 DGA(감독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1:2의 구도로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WGA에서 '기생충'이 웃으면서 다시 균형을 맞췄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미국작가조합(WGA)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작가가 1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과 함께 미국작가조합(WGA)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작가가 1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WGA 각본상 수상작은 아카데미상과 ‘궁합’도 좋은 편이다. 2016년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을, 2017년 ‘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색상을 받았다. 또 2018년 '겟 아웃'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다만 지난해 '에이스 그레이드(Eighth Grade)'는 WGA 각본상을 수상하고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또 '기생충'의 라이벌인 '1917'이 올해 수상한 PGA상은 지난해의 경우 수상작 '그린북'이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편 '기생충'의 이하준 미술감독은 이날 미국 미술감독조합(ADG)이 주최한 제24회 ADG상 시상식에서 현대극 부문 미술상을 받았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으며, 시상식은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