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엿보기] 강북 닮은 光州 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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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강북보다 더 심합니다. 집값이 꿈쩍도 안해요. 거래도 거의 없지요."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싸늘하기 그지 없는 광주 일대의 아파트 시장을 보고 한숨을 짓는다.

같은 광역시인 부산.대구.대전 등의 아파트시장이 달아올라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활발한 것을 보면 서울 강북권 아파트 주민들이 가지는 박탈감을 느낀다고까지 말했다.

실제 광주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다른 대도시보다 훨씬 떨어진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지난 6~9월 4개월간 아파트 값 상승률은 ▶부산 3.8% ▶대구 5.2% ▶대전 6.7%였으나 광주는 고작 2.0% 오르는 데 그쳤다.

청약시장도 싸늘하다. 이곳에서 최근 아파트를 분양한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야박한 청약 인심'에 한숨을 내쉰다. 이 업체는 지난 7월 북구 운암동에서 4백30여가구를 분양했지만 아직까지 절반도 계약되지 않아 골치를 썩고 있다.

아파트 수요가 적은 탓도 있지만 외지(外地)의 투자자금도 전혀 유입되지 않는다. 부산.대구의 부동산시장은 지난 1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정도로 바짝 달아올랐으나 광주는 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몇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광주는 아파트시장을 선도하는 지역이 없다. 부산은 해운대구, 대구는 수성구, 대전은 서구와 유성구가 아파트값을 선도하면서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광주는 이런 곳이 없는 편이다.

서구 지평동(상무지구)이 선호 지역이기는 하나 다른 지역만큼 강력한 힘이 없다. 지평동 금호.쌍용 32평형이 1억4천만~1억5천만원으로 광주에서는 가장 비싸다. 반면 부산.대구.대전의 선도지역 같은 평형은 2억원을 넘어간다.

지방에 돈이 돌지 않으면 외지의 투자자금이라도 몰려와야 되는데 광주에는 유입되는 돈도 없다. 부산과 대구도 지역경제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서울의 투기성 자금이 많이 들어와 시장을 부추겼다. 게다가 광주는 새 아파트가 공급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대체수요를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광주에는 최근 5년 내 지어진 아파트가 많은 반면 대구 등지는 최근 몇 년 동안 공급이 적었던 데다 10년이 넘은 아파트가 많아 대체수요가 자꾸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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