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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 콩티 고향, 로마황제 별장…와인여행 떠나볼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44)

언젠가 한 번쯤은 와인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국적인 풍취가 있고, 그 지방 고유의 음식과 함께 향이 독특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어디가 좋을까. 아름다운 중세 마을의 모습을 간직한 프랑스 보르도의 생테밀리옹 어떨까. 아니면 라인 강을 바라보며 매혹적인 노래로 수많은 뱃사공을 홀렸다는 로렐라이 언덕에 가볼까.

그것도 아니라면 ‘로마의 휴일’에서 청순가련한 공주, 오드리 헵번의 별장지는 어떨까. 스위스 레만 호반의 에비앙이다. 숨이 멎을 듯한 풍경에 와인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명소를 찾아 떠나본다. 여행 전문가 앤디 레빈의 추천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산 지미나뇨. [사진 pixabay]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산 지미나뇨. [사진 pixabay]

첫 번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산 지미나뇨다. 고색창연한 중세 도시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 창밖으로 색색의 화분이 걸린 붉은 벽돌집, 성벽과 성문을 지나면 갑자기 탁 트인 풍광이 펼쳐진다. 올리브 나무와 작은 포도밭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구릉들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마음을 아늑하게 해준다. 13세기부터 생산한 베르나치아 디 산 지미나뇨 화이트 와인을 그 지방 특산 멧돼지나 송로버섯 리소토와 함께 즐겨보자. 덤으로 토스카나의 평화로운 경치는 공짜이다. 세상만사 잊어버리고 이삼 년 눌러살고 싶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프랑스 부르고뉴. 기차에서 내리면 파노라마처럼 눈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광에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이 스며든다. 한국에서는 병당 천만 원을 넘기기도 한다는 풍부하고 사파이시한 향으로 유명한 로마네 콩티의 고향이 바로 여기다. 5년 이상 숙성된 피노누아 레드와인에 오리고기가 궁합이다. 램, 비프, 치킨과 같이해도 좋고, 애피타이저로 그곳 달팽이 요리와 나폴레옹이 즐겨 찾았다는 치즈의 왕 에쁘아즈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샤도네이 화이트 와인도 유명하다.

스페인 북부의 라 리오하 지방. [사진 pixabay]

스페인 북부의 라 리오하 지방. [사진 pixabay]

세 번째는 스페인 북부의 라 리오하 지방이다.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제3위 와인 생산국이다. 일조량 덕분으로 맛이 풍부한 와인이 생산된다. 라 과르디아는 그곳에서도 소문난 아름다운 마을이다. 멀리 보이는 바위산, 발아래는 포도밭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리오하의 숨 막히는 풍경을 굽어보면서 식욕을 돋우는 타파스와 함께 풍미 깊은 리오하 와인을 즐겨보자. 고딕 양식의 페냐란다성에 가서 와인 휴가를 즐긴다면 너무 사치스러울까.

네 번째는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 연안의 달마티아다. 과거 로마 황제들이 즐겨 찾던 휴양지다. 중세풍의 유적과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시베니크나 두브로브닉에서 와인, 해변, 세계 최고의 시푸드를 함께 즐겨보자. 로마 귀족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특색 있는 소규모 와이너리가 300여 개 있다. 세계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 중 하나로, 와인 마니아라면 꼭 가봐야 할 나라이다.

다섯 번째는 안데스 동쪽 산기슭, 아르헨티나의 멘도사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3분의 2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2019년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로 지정된 수카르디 발레 데 우코가 이곳에 있다. 수카르디는 목에 술술 넘어가는 명품 와인으로 가격도 착하다. 안데스의 품에 안겨 최상급 안심을 숯불에 구운 아사도나 양 갈비를 말벡의 그윽한 과일 향과 함께 맛보기 바란다.

뉴질랜드 퀸스타운. [사진 pixabay]

뉴질랜드 퀸스타운. [사진 pixabay]

여섯 번째는 뉴질랜드 퀸스타운이다. 뉴질랜드에는 빙하가 있고 화산도 있으며, 사슴 목장과 돌고래, 만년설이 덮인 마운트 쿡도 있다.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종합 관광지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며, ‘여왕이 살만한 아름다운 도시’라는 퀸스타운이 압권으로 남섬에 있다. 그곳에서 호수를 끼고 북쪽 글레노끼로 가는 길은 ‘백만 불짜리 드라이빙 코스’라 불릴 정도로 환상적이다. 인근 센트럴 오타고와 깁슨 계곡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와이너리이다. 눈 덮인 산,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과 협곡이 함께하는 경관 속에서 그곳 특산 피노누아나 샤도네이 품종의 와인을 음미해보면 어떨까.

그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으로 알려진 코카서스산맥의 아르메니아와 조지아의 체리 향이 가득한 와인, 헝가리의 동북지역에 위치하며 루이 15세가 즐겨 찾았다는 스위트 와인 토카이의 로맨틱한 와이너리도 빼놓을 수 없다.

와인은 동반자, 분위기, 음식이 어울릴 때 제격이다. 위에서 소개한 곳들 기억해 두었다가 한 번쯤 다녀오기 바란다. 환상적인 경치에 모든 시름이 저절로 사라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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