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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기소에도 이틀째 침묵···최강욱 때와 딴판인 청와대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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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이인자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전날에는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2018년 6월 울산시장 선거를 청와대와 관계기관 등이 합심해 벌인 '송철호 당선 프로젝트'라고 윤석열 검찰이 결론 내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틀째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검찰 기소에 대해 청와대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기소가 어떤 기소인지, 어떤 성격의 것인지 국민께서 판단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더기 기소가 있었던 전날의 경우, 청와대 공보라인은 기자들과 공식적으로 접촉하지 않았다.

이는 일주일 전인 2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증명서 발급 문제로 수사를 받던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전형적인 조작수사이고 비열한 언론플레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당시 윤 수석은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유포되고 마치 최 비서관이 어떤 범죄와 연루된 것처럼 묘사해 보도되고 있다”며 최 비서관을 감쌌다. 최 비서관 개인의 소명을 청와대 ‘수석’이 전달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러면 누가 말씀을 드려야 하느냐. 지금까지 대(對) 언론 접촉은 소통수석실에서 해오지 않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일주일새 청와대의 대(對)검찰 대응이 180도 바뀐 것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오간다. 기본적으로는 이 이슈가 계속 거론될수록 문재인 정부, 좁혀서는 청와대에 이로울 게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청와대 압수수색 등을 둘러싸고 수차례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총장 간에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다른 이슈에까지 일일이 언급하기 어렵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도 이런 측면의 연장선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 앞쪽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합동인사회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 앞쪽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청와대 vs 검찰’의 구도가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후 ‘추미애 vs 윤석열’의 구도로 재편 중인 상황을 흔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추 장관은 조국 전 장관의 기소를 놓고 상갓집에서 대검 간부들 사이에서 다툼이 생긴 것에 대해 “상갓집 추태가 개탄스럽다”고 규정하는 등 현 국면 최전선에 서 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직접 등장할수록 자칫 검찰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대신 검찰 공격은 여당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13명 기소는 1980년대의 날조된 ‘조직사건 기소’를 보는 듯하다”(이해식 대변인)는 논평을 내놨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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