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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나선 김형오, 전·현 원내대표 5명에 "의원 전원 평가표 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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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스1]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스1]

"여당일 땐 청와대만 바라보고 야당 돼선 보스나 실세 눈도장 찍어 공천을 받는데, 이러니 국회가 발전하겠느냐."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대 총선 공천 기준의 하나로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을 적극 반영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리사욕을 위해 국회를 내팽개친 의원에겐 공천을 줄 수 없다"며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야 공천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국회 판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20대 국회 시작 이후 지금까지 전·현직 원내대표(정진석·정우택·김성태·나경원·심재철) 5명에게서 당 소속 현역 의원 전체에 대한 평가표를 제출받았다. 양식이 따로 없어 일부 원내대표는 전체 의원을 A, B, C로 등급을 나눠 제출했다. 개별 의원마다 장문의 설명을 단 원내대표도 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계량화된 국회 출석률, 법안 제출 건수 등도 중요하지만 그건 얼마나 부지런했는지에 대한 참고치에 불과하다"며 "야당 입장에서 야당 의원의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자료 원본은 김 위원장만 봤다고 한다. 5명의 평가를 취합하면 평가표에 반영된 각 원내대표의 주관도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평가표를 제출한 한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공관위원장 취임 직후 연락해 평가표를 달라고 했다"며 "의정활동 역량을 공천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 위원장이 보수 몰락의 단초로 지목된 계파 정치를 공천을 통해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대 총선 공천 당시 후보들이 앞다퉈 '진박(眞朴) 마케팅'을 펼친 것 등을 겨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앞서 당 공관위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 현역 의원에 대한 대폭 물갈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전날 열린 공관위 3차 회의에선 지역별로 이른바 '컷오프'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1차에선 국민 1000명, 2차에선 당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현역 의원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국민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원이나 당 지지율보다 낮을 경우 탈락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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