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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흘도 中 9000명 ’밀물‘···또 불붙는 제주 무사증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앞에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걷고 있다. 최충일 기자

29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앞에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걷고 있다. 최충일 기자

29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 일대. 이 지역은 대형 외국인 면세점 2곳이 있고, 지난 2017년까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던 바오젠거리(현 누웨모루거리)가 있는 곳이라 연중 중국인이 몰리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날 이곳은 중국인들은 물론 내국인들도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거리를 가득 메우던 인파는 사라지고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과 보따리장수인 다이궁(代工)들만 띄엄띄엄 모습을 보였다. 평소 이 다이궁이 북적였던 인근의 한 면세점 입구 앞도 마스크를 낀 중국인 몇 명만 보일 뿐이다.

제주 찾는 중국인 줄었지만 사흘간 약 9000명 #여전히 찾아오는 중국인에 제주도 민심 들썩 #'16년 성당 살인, '18년 예멘사태 때도 불거져 #아직 확진자 없어...우한서 온 6명 모니터링

29일 오후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연동의 누웨모루거리(옛 바오젠거리)가 텅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29일 오후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시 연동의 누웨모루거리(옛 바오젠거리)가 텅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중국인 숫자가 줄긴 했지만 이들을 보는 제주도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최근 전세계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우한폐렴)의 공포에 빠뜨린 중국인들이 여전히 제주에 무사증 입국이 가능해서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893명이었다. 이는 이 기간 중국 춘제(春節)특수를 감안해 예상된 1만4394명보다 38.2%(5501명)가 줄어든 것이다.

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중국간 18개 직항노선도 전주(1월 17일~19일) 대비 탑승률이 32.5%(3774명) 감소한데 따른 결과다. 이런 상황은 중국 문화여유부에서는 24일부터 단체여행 및 개별여행 판매 중단 지시한 것 등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29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앞에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서 있다. 최충일 기자

29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앞에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 서 있다. 최충일 기자

여전히 나흘간 9000명에 가까운 중국인들이 제주를 찾자 제주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지역사회에서는 제주의 ‘무사증 입국’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을 활성화 하기 위해 시작한 제도지만 최근에는 그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무사증 제도에 대해 큰 반발을 일으킨 사건은 2016년 '중국인 성당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크게 불거졌다. 당시 무사증 제도로 입국한 중국인 천궈레이(陣國瑞)가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전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예멘 난민 문제가 터지며 한 번 더 무사증제도의 폐지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사증제도를 중단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도를 중단하려면 제주특별법에서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하고, 국제사회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9일 제주시 연동의 한 골목에 중국인이 마스크를 한채 서 있다. 최충일 기자

29일 제주시 연동의 한 골목에 중국인이 마스크를 한채 서 있다. 최충일 기자

그래서 제주도는 한시적으로나마 사증이 필수인 국가를 확대해 무사증 제도 중단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제주도 입국 시 사증이 필수인 국가는 24개국이다. 제주도는 사증 없이 입국할 수 없는 국가 수준을 중앙 정부 수준으로 맞추거나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해 추가로 사증을 요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라 정부의 대응 수위에 맞춰 법무부에 무사증 중단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뿐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추가 사증 요구 등의 사항도 법무부가 이를 수용해 고시·공고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아직 우한폐렴 확진자가 없다. 지난 29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의심환자로 신고돼 병원에서 격리치료 받던 A씨가 보건환경연구원의 가검물 검사결과 음성으로 밝혀졌고 앞서 27·28일에도 2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또 중국 우한에 체류하다 제주로 온 내국인 6명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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