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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구단 편… 장기전 펼쳐도 소용없는 FA 시장

중앙일보

입력

2020 FA 시장에서 유일하게 팀을 옮긴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 [뉴스1]

2020 FA 시장에서 유일하게 팀을 옮긴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 [뉴스1]

시간은 구단의 편이었다.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장기전을 펼친 선수들이 실망스러운 계약서를 받아들였다.

2020년 FA 시장은 마무리 단계다. 롯데 소속이었던 구원투수 손승락, 고효준을 제외한 17명의 신청자가 계약에 합의했다. 올해 겨울은 예년에 비해 따뜻하지만 FA 시장엔 한파가 몰아쳤다. 옵션 없이 4년 40억원을 보장받은 오지환(LG)이 최대어였다. 안치홍(KIA→롯데)은 2+2년 최대 56억원 규모지만 2년 계약으로 끝날 수도 있다. 현재까지 계약한 선수들의 연봉합계(최대 기준)는 343억원이다. 지난해 FA 미아가 된 뒤 올해 롯데와 계약한 노경은(2년 최대 11억원)을 더해도 354억원이다. 2019년(49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3년 연속 700억 원을 웃돌았던 2016~18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대어급 선수가 없긴 했지만 '수요'가 없는 시장 상황이 반영됐다. 외부 영입을 한 구단은 롯데 뿐이고, 나머지 선수는 모두 원소속구단에 남았다. 특히 초기 협상 과정에서 제시받은 조건보다 더 낮은 금액을 받아들인 선수가 많았다. NC와 4년 최대 13억원에 계약한 포수 김태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친 김태군은 FA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관심있던 구단들이 발을 뺐다. 포수가 필요했던 롯데가 생각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롯데보다 더 나쁜 조건의 NC와 계약할 수 밖에 없었다.

28일 계약한 키움 왼손 투수 오주원도 비슷한 처지다. 오주원은 당초 구단으로부터 3년 계약을 제시받았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보상선수를 내주면서 데려갈 만한 구단은 없었고, 결국 2년으로 기간이 줄어든 채 계약했다. 총액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화 김태균도 단년 계약(총액 10억원)을 맺는 고육지책을 썼다. 과거엔 구단간 제시 금액을 비교하면서 '벼랑 끝 전술'을 써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완전히 달라졌다.

다음 시즌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FA 등급제가 생기면서 '준척급' 선수들의 이적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금액 자체가 높아지진 않을 듯 하다. 대다수 구단들이 모기업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들의 협상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엔 '선수를 놓치는 것보다 오버페이(과다지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지만, 이제는 '효율적인 지출'이 지상과제가 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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