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75% 마일리지 축소” 조목조목 밝힌 ‘대한항공 꼼수’

중앙일보

입력 2020.01.29 05:00

정부로 공 넘어간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박현식 태림 변호사(오른쪽)와 최초롱 화난사람들 변호사·대표(왼쪽). 문희첱 기자

박현식 태림 변호사(오른쪽)와 최초롱 화난사람들 변호사·대표(왼쪽). 문희첱 기자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태 공동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태림이 29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약관심사과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에 대해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태림 사무실에서 이 사건을 담당하는 박현식 태림 변호사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의 최초롱 대표(변호사)를 인터뷰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 마일리지 프로그램(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대한항공 장기 고객은 마일리지 가치가 낮아졌다며 불만이다. 1817명의 소비자가 27일까지 공동소송에 동참했다. ▶[뉴스분석] 대한항공 새 마일리지 제도 뜯어보니

무상 서비스 vs 소비자 재산

대한항공이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제도를 변경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제도를 변경했다.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마일리지가 ‘고객에게 무상으로 적립하는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쉽게 말해 공짜로 주는 일종의 ‘덤’이기 때문에, 기준을 다소 변경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현식·최초롱 변호사는 마일리지가 소비자의 ‘재산’이라고 맞섰다. ▶신용카드 소비자가 연회비를 납부했고 ▶다른 신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획득할 수 있는 혜택을 스스로 포기했으며 ▶대한항공도 신용카드사로부터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게 근거다.

법무법인 태림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현식 태림 변호사(오른쪽)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의 최초롱 변호사·대표(왼쪽). 문희첱 기자.

법무법인 태림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현식 태림 변호사(오른쪽)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의 최초롱 변호사·대표(왼쪽). 문희첱 기자.

박현식 변호사는 이와 관련 “이미 공정위가 항공사 마일리지의 재산권적 가치를 인정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3년 대한항공에 약관 무효 시정조치를 지시하면서 ‘제휴 마일리지는 독립적 경제가치를 지니고…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님이 상당하다’고 적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심결례에 따라 소비자가 보유한 대한항공 마일리지 가치가 감소한다면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149조)”는 것이 박 변호사의 언급이다.

회계상으로도 마일리지를 부채로 잡는 점도 마일리지가 돈으로 계산 가능한 재산이라는 근거로 봤다. 최초롱 변호사는 “부채로 잡히는데다 1마일당 15~20원 안팎의 가치가 있는 포인트로 교환도 할 수 있는데 이를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건 논리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2011년 ‘마일리지를 이용하는 고객의 권리는…재산권으로 보호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도 덧붙였다.

“대한항공 소비자 75%는 손해”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동일한 구간을 여행할 때 대체로 과거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소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캡쳐]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동일한 구간을 여행할 때 대체로 과거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소비해야 한다. [대한항공 캡쳐]

대한항공은 이번 마일리지 제도 개편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도 개편 이후에도 마일리지 적립률이 여전히 영국항공·에미레이트항공·싱가포르항공·일본항공보다 높고, 보너스 항공권 구입시 마일리지 차감률이 높아지는 노선(39.2%)보다 낮아지는 노선(51.2%)이 많다”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이에 이들은 “이번 변경으로 소비자는 어떠한 이익도 기대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예컨대 일등석 마일리지 적립률을 늘렸지만, 다수의 구간은 항공기에 일등석을 아예 공급하지 않는다. 이들이 운항거리 500마일(805㎞) 미만 8개 노선에 투입하는 12개 항공기 좌석을 전수조사한 결과, 일등석 공급 좌석이 총 40석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공개했다.

이들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대한항공 소비자의 혜택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자체 분석했다. 공정위에 제출한 이들의 심사청구서에 따르면, 75% 이상의 소비자는 마일리지 적립 혜택이 14~68% 축소한다. 또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차감하는 마일리지는 최대 107% 늘어난다.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 주장  

박현식 태림 변호사(오른쪽)와 최초롱 화난사람들 변호사·대표(왼쪽)도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자신이 소유한 신용카드를 꺼내보였다. 문희철 기자.

박현식 태림 변호사(오른쪽)와 최초롱 화난사람들 변호사·대표(왼쪽)도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자신이 소유한 신용카드를 꺼내보였다. 문희철 기자.

이들이 제출한 불공정약관 심사청구 사유서에 따르면, 마일리지 제도 개편으로 대한항공은 1500억원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는다. "누군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소비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이번 소송에는 박현식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법인 태림의 변호사 6명이 동참했다. 6인의 변호사와 최초롱 변호사는 모두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지갑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를 꺼내 보이면서 “지난 17년 동안 대한항공을 신뢰한 소비자의 동의를 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했다”며 “법률적 문제의식을 가진 한 명의 소비자로서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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