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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휙휙’ 비닐 ‘삭삭’?…“따로 버리면 골라낼 필요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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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28일 서울 헌릉로745길 강남구 재활용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골라내고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28일 서울 헌릉로745길 강남구 재활용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를 종류별로 골라내고 있다. 최은경 기자

페트병이 ‘휙휙’, 비닐이 ‘삭삭’.

서울시 2월 분리배출제 시범 운영

지난 28일 서울 헌릉로745길에 있는 강남구 재활용 선별장. 강남구에서 들어오는 재활용 쓰레기를 하루 평균 80t씩 처리하는 곳이다. 직원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움직이는 재활용 쓰레기를 요령 있게 골라 공중에 띄우니 제각각 통으로 쏙 들어갔다.

각종 재활용 쓰레기들은 이곳에서 비닐·플라스틱·병·캔·종이 등 종류별로 분류된다. 병을 제외한 쓰레기들은 압축기에 넣어진 다음 육면체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오염물질이 많이 묻어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도 압축돼 버려지는데 강남구 선별장의 폐기율은 31% 정도다.

선별장을 위탁 운영하는 오현숙 명민산업 대표는 “시설 정비 등 구 지원으로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재활용률이 가장 높다”며 “절반 이상이 그냥 버려지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 쓰레기 절반 이상 폐기”

이처럼 절반 이상까지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다음달 6일부터 폐비닐, 무색 투명 폐페트병을 다른 재활용품과 분리해 버리는 '분리배출제'를 시범 운영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단독주택과 상가의 경우 매주 목요일 두 품목의 배출·수거가 이뤄진다. 폐비닐과 무색 투명 폐페트병을 제외한 다른 재활용품은 목요일을 뺀 다른 요일에 내놔야 한다.

기존 재활용품 배출 요일에 목요일이 포함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금요일에 폐비닐과 투명 폐페트병을 수거한다. 아파트는 요일과 상관없이 투명 폐페트병을 다른 플라스틱과 분리해 내놓으면 된다.

오염물질이 묻어 재활용하지 못하는 비닐·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 서울시는 폐기되는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폐비닐·폐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시범 운영한다. 최은경 기자

오염물질이 묻어 재활용하지 못하는 비닐·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 서울시는 폐기되는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폐비닐·폐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시범 운영한다. 최은경 기자

그동안 단독주택이나 상가는 보통 모든 재활용품을 한 번에 내놨다. 이럴 경우 비닐의 오염물질이 다른 재활용품에 묻어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생겼다.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페트병 30만t 중 80%가 재활용됐지만, 재생섬유 같은 고품질 원료를 만드는 고부가가치 재활용률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한꺼번에 압축한 플라스틱들 사이에서 무색 투명 페트병만 선별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때문에 분리배출제를 시행하면 비닐과 페트병뿐 아니라 다른 재활용품을 포함한 전반적인 재활용률을 높이고, 고품질 폐페트병을 다량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올 7월 ‘분리배출’ 시행

작업 현장은 분리배출제를 반겼다. 오 대표는 “비닐과 투명 페트병의 선별 과정을 생략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재활용률은 10%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맞벌이를 하는 박모(39)씨는“지금도 분리수거 방식이 복잡한데 추가 혼란 요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아파트에 사는 자영업자 장모(40)씨는“투명 페트병만 따로 분리하면 되니 번거롭지 않지만 단독주택은 좀 더 복잡할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시행 초기 2~3주는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부터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 제주도의 경우 2016년말 53.4%던 재활용 쓰레기의 재활용률은 지난해 11월말 60.9%로 높아졌다.

[서울시]

[서울시]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단독주택·상가에서 폐비닐을 따로 배출하는 것만으로도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재활용으로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분리배출제는 환경부 추진 사업으로 서울시 외 부산‧김해‧천안시, 제주도가 시범사업 지자체로 선정돼 시범 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된다. 아파트는 올 7월부터, 단독주택은 내년 1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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