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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때문 아냐" 송승환, 시력 잃고 바라보는 또 다른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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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 사람사진 / 배우 송승환

권혁재 사람사진 / 배우 송승환

“모자 쓴 어렴풋한 형태를 보니 뉘신지 알겠네요. 반갑습니다.”
지난해 7월, 송승환 배우가 농담인 듯 진담인 듯 건넨 인사다.
곱씹어보니 말 속에 온전히 보지 못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궁금했으나 섣불리 묻기 어려운 사연, 그가 서슴없이 들려줬다.
“사실 눈이 나빠져 사람 얼굴 잘 몰라봅니다.
올림픽 때문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두 가지인데요. 황반변성, 변형된 망막색소변성증이에요.
유전 때문일 수도 있답니다. 올림픽 폐회식 직후 증세가 나타났어요.
사람 얼굴이 갑자기 흐릿해졌고, 휴대전화 글씨가 안 보였습니다.
‘실명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는 진단을 들었습니다.”

송승환 씨가 자신이 고안한 확대기를 통해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다.

송승환 씨가 자신이 고안한 확대기를 통해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다.

얼마나 청천벽력이었을까! 그런데도 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극복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하고픈 일, 해왔던 일을 계속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먼저 모니터 영상을 또렷이 볼 수 있게 도구를 고안했습니다.
VR(가상현실) 기기에 평볼록렌즈를 끼워 만든 것입니다.
또 한편 독일제 OCR(광학문자판독) 기기를 샀습니다.
글자가 적힌 종이를 올려놓으면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구입니다.”
그는 이것으로 듣고 외워 드라마 ‘봄밤’의 악역 이태학을 연기했다.
지난 20일, 그가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공로상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제가 건강이 좋지 않은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좋은 작품,
좋은 공연을 만드는데 남은 인생과 힘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시력을 잃어가는 눈이지만,
그 눈으로도 안 보이는 그 너머 세상을 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권혁재 사람사진 / 배우 송승환

권혁재 사람사진 / 배우 송승환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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