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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기 ‘무증상 감염자’에 뚫린 방역망···정부 우한폐렴 초비상

중앙일보

입력

중국발 ‘우한(武漢)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설 연휴 첫 날인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중국발 ‘우한(武漢)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설 연휴 첫 날인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국내 세번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인 잠복기에 입국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역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발열이나 기침ㆍ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오면 공항 검역소에서 걸러낼 수 없어서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중국 우한시에 거주하던 한국인 남성 A(54)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중국 우한을 출발해 칭다오를 거쳐 지난 20일 21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입국 당시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공항 검역소 발열 감지 센서에 걸러지지 않았다. A씨는 수도권에 위치한 집으로 귀가해 지냈고 22일 저녁 7시께 열감과 오한 등 몸살기가 나타났다. 기초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이때 “몸살이 오나보다”라 생각해 해열제를 복용했다. 23~24일 A씨는 음식점에서 지인을 만나 식사를 하는 등 외부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25일 간헐적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신고했다. 그는 신고 직후 국가지정격리병원인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 격리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현재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CCTV 등을 확인하고 있다. 지역사회 활동이 있었지만 다행스러운건 이 환자가 당시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진술했다. 이 부분도 영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옷감을 다루는 사업을 하고 있어 원래 마스크를 쓰는게 익숙해서 잘 쓰고 다닌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정부는 앞서 중국 내 감염병 사태가 심각해지자 우한-인천 직항편 승객에 대해 검역을 강화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전용 게이트를 이용해 전수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항공기에서 내려 연결통로(브리지)를 통과한 뒤 게이트에서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식 체온계를 이용한 발열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환자가 급증하면서 28일 0시를 기해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잠복기 환자에겐 이런 방역체계가 통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는 최대 14일로 추정된다. 만약 중국에서 감염됐더라도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잠복기라면 공항 검역소에서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증상 발현 이후 환자 본인의 자발적인 신고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된다. 방역당국이 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하루 평균 180편에 달한다. 하루 약 3만5000명이 중국 전 지역에서 쏟아져 들어온다.

한편 이날 중국 보건당국이 “잠복기에도 전파시킬 수 있다”고 밝히면서 우려가 커졌다.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염 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확진자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아직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잠복기는 최소 하루부터 최대 2주이며,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근거가 별로 없는 주장으로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라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이런 얘기를 하면 안된다고 본다. 현재로선 잠복기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근거가 없다. 중국 당국이 상황 통제가 안되니까 내놓은 정치적인 발언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잘못한게 아니라 이렇게 무서운 병이라는 식의 면피성 발언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한에서는 환자 한 사람이 발생해도 이 사람이 왜 감염됐는지 노출 이력을 따지기가 힘든 상태다. 주변 감염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잠복기 환자에게서 감염된 사례가 있다면 그런 사례를 소개하며 조심하는게 좋겠다고 밝혀야 하는데 그런 근거는 들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인)사스와 메르스도 무증상 감염자(감염됐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가 있었지만 이들이 병을 전파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없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이전 사례를 미루어 보면 그 정도로 판단된다. 추후에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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