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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심장' TK 거머쥔 김부겸···김병준 빠진 보수 대항마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수냐, 탈환이냐.'

4월 차기 총선을 앞두고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여야의 한판 격돌이 예상된다. 관심을 끄는 곳은 대구 수성갑이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중상류층이 많이 살아 '대구의 강남'으로 불린다. 이곳에 4년 전 김부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나란히 위치한 김부겸(왼쪽)·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소. [프리랜서 공정식]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나란히 위치한 김부겸(왼쪽)·김문수 후보 선거사무소. [프리랜서 공정식]

당시 상대는 보수 진영 대선 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당시 새누리당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이곳에 김 전 지사를 전략공천했다. 선거 기간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던 여론조사 지지율은 개표 결과 김부겸 의원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득표율은 김부겸 62.3%, 김문수 37.69%. 당시 TK(대구·경북) 지역에 민주당 당적을 지닌 채 유일하게 생환한 사람이 바로 그다.

총선 뒤 무소속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의 복당으로 대구의 민주당 의원은 2명으로 늘었지만 김 의원이 갖는 당내 상징성은 크다.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거둔 그는 2011년 돌연 대구로 내려가 이듬해 19대 총선(수성갑), 2014년 대구시장에 연이어 도전장을 던졌지만 낙선했다. 삼수 만에 승리한 이곳에서 그는 수성(守城)을 노린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 비해 상황은 김 의원에게 녹록지 않다. 김 의원도 대구 지역의 민심이 점차 보수로 기울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 정부에 대한 TK 지역의 차가운 정서가 존재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청년의 내일, 대구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차분하게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 진영은 수성갑 탈환을 벼르고 있다. 수성갑은 6공화국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장관이 2선을 했고, 김 의원 당선 전엔 이한구 전 의원이 내리 3번 당선된 곳이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던 곳이 새누리당 20대 총선 참패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2019년 11월 19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구 수성갑 불출마를 선언하며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2019년 11월 19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구 수성갑 불출마를 선언하며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자유한국당에선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곳에 일찍이 터를 잡고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중량급 정치인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김 전 위원장은 "서울 험지를 찾아가겠다"며 수성갑을 내려놨다.

김 전 위원장이 빠진 자리는 5명의 한국당 예비후보(23일 기준)가 대신하고 있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 정순천 전 수성갑 당협위원장,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김현익 변호사, 조정 전 국회 법제관 등이다.

전략공천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장관(행정안전부)을 지낸 김 의원을 꺾으면 대구의 정치적 위상 회복은 물론이고 정권 심판론도 힘을 받을 수 있다"며 "중량급 정치인을 보내 김 의원의 당선 여지를 남겨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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