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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공용화장실···'남녀분리' 최대 1000만원 주는 지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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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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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연휴, 모처럼 가족과 나들잇길에 올랐을 때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냄새나고 불편한 화장실이다. 나들잇길 행복지수를 낮추는 여전히 불편한 공중화장실, 그리고 화장실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시 민간개방 화장실 33% 불량 #휴지와 비누 등 없고, 남녀공용도 #성중립 화장실, 몰카금지 CCTV까지 #다양해지는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

서울, 공중화장실 점검해보니…33%가 '불량'

서울시는 일 년에 두 차례에 걸쳐 민간 공중 화장실을 점검한다. 서울의 '민간 개방 화장실'은 모두 1000곳. '주유소 화장실' 619곳까지 포함하면 서울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민간 공중 화장실은 모두 1619곳이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공공 화장실은 이 숫자엔 포함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일 년에 두 차례 이들 공중화장실의 일부를 추려 점검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점검조를 짜 확인한 공중화장실은 상반기 268곳과 하반기 255곳이다. 지난해 상반기 점검에서 268곳의 화장실 중 '불량'인 곳은 72곳(26.86%)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들어 적발된 곳은 85곳, 비율로 따지면 33.3%에 이른다.

불량으로 지적받은 이유는 화장지나 비누 등 편의용품이 없는 경우(29곳·34.1%)가 가장 많았다. 화장실이 잠긴 상태이거나 이용을 못 하게 되어 있는 경우(21건·24.7%)가 뒤를 이었다.

건물 바깥에 개방 화장실이 있다는 안내 표지판이 없는 경우(12곳·14.1%)도 상당했다. 급할 때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눈에 띄지 않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남녀공용(10곳)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11.8%에 달했다.

주유소와 충전소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공중화장실'로 규정되어 있다. 공중화장실법과 석유 및 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개방하게 돼 있지만, 주유소 중 화장실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한 곳은 많지 않다. 서울시는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개방 화장실 중 남녀 공용 화장실은 공중화장실법 및 안전한 이용환경 조성에 배치되므로 층별로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도록 권고하거나 지정취소를 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오른쪽은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 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오른쪽은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 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울시]

'남녀분리 화장실' 늘어날까

성범죄 등 남녀공용 화장실이 문제가 되면서 지자체별로 성별에 따른 화장실 '분리'를 지원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개인이 소유한 건물의 공용 화장실을 남녀 화장실로 분리하면 최대 300만원을, 층간 분리는 100만원, 안전설비 설치를 하게 되면 50만원을 부담해주기로 했다. 서울시 지원을 받으면 3년간 화장실을 의무로 개방해야 한다. 울산시와 광양시도 '남녀분리 화장실'을 지원해 공사비 절반을 시가 부담하는 형식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내준다.

중랑구는 올해 7월 말까지 화장실 분리 사업 신청을 받는다. 남녀공용 화장실인 경우에는 출입구나 층별 분리를 지원하고, 남녀가 분리된 민간 화장실에 대해서는 비상벨이나 CCTV 등 설치를 돕는다. 역시 3년간 개방 화장실로 운영하는 것이 조건이다.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구에서 화장실 공사비를 절반,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중랑구 관계자는 “민간 화장실 지원 사업에 대한 주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동구는 40개 민간 개방 화장실에 한 곳당 5만원 상당의 화장지와 비누, 세정제, 핸드타월 등 편의 위생용품을 매달 지급한다. 건물주에게는 별도로 관리 운영비 4만원을 매달 지급한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성중립 화장실'부터 CCTV까지 다양한 제안들

영화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네 반지하집 화장실 세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네 반지하집 화장실 세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화장실 관련 청원은 각양각색이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화장실 몰카 방지에 대한 것이다.

 한 청원인은 지난해 8월 2호선 신촌역 근처 상가에 있는 1층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카메라'가 화장실 칸막이 위로 들어와 놀랬던 경험을 적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사건이 발생해 용의자의 얼굴이나 차림새를 못봤다"고 했다. 이 청원인은 "화장실 출입구에 CCTV(폐쇄회로 TV)를 설치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성중립 화장실'을 제안했다. 이 청원인은 "여성이 머리가 짧고 남성적으로 생기거나, 혹은 남성이 여성처럼 생기면 차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 소수자가 마음 편히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 청원인은 "기존 화장실을 다 없애고 성중립으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 남성 화장실 외에 추가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미 장애인 화장실, 가족 화장실이 공공화장실에 추가로 설치되고 있어 성 중립 화장실 역시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민은 "전국 어디든지 새로 짓는 건물에는 남녀 분리 화장실로 허가를 내달라"고 청원을 올렸다.

 이밖에도 "남자 화장실에도 여자 화장실처럼 칸막이를 해달라"거나 "여자 화장실에 남자 청소원이 들어가면 온갖 난리가 날 것이 뻔한데, 왜 남자 화장실에 여성 청소원이 들어오는 것을 아무 문제 삼지 않느냐"는 내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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