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무장관회담 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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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악수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 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左)이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북한 백남순 외무상(右)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외무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5일) 이후 처음 만났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는 다음 날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미사일 발사 3주 뒤에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대면이 이뤄졌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먼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우리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일본이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에 강제적 제재조치가 담긴 유엔헌장 7장을 연결시키려 했던 것과 일본 정치인들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다. 아소 외상은 일본 정치인이 직접적으로 선제공격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회담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1시간15분 동안 진행됐다. 분위기는 시종 냉랭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다음은 당국자 전언으로 재구성한 회담 주요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주).

▶반 장관=유엔 안보리 결의에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는 사안에 한.일 간 사전협의가 결여된 것은 유감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거론한 점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소 외상=선제공격론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한국의 지정학적 입장을 이해한다. 미사일 방위에 대한 검토는 일본의 헌법과 전수방위 원칙(※군사력은 오로지 방어에만 사용한다는 것)에 따라 이뤄진다. 일본 정치인이 선제공격이라는 말 자체를 한 적은 없다.

▶반=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가 양국 우호관계에 더 이상 부담이 안 됐으면 좋겠다.

▶아소=야스쿠니 문제는 개인의 신념과 각료로서의 공인의 입장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다(※정치인이 각자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과 같은 취지의 답변).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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