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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타운 만든 신격호 50년지기 "뉴욕에 롯데월드 세웠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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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롯데월드타워 건설 회의 중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왼쪽에서 세번째가 오쿠노 쇼 회장이다. [사진 롯데지주]

1995년 롯데월드타워 건설 회의 중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모습. 왼쪽에서 세번째가 오쿠노 쇼 회장이다. [사진 롯데지주]

“뉴욕과 도쿄에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는데 결국 못 이루고 떠났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50년 지기인 오쿠노 쇼 건축연구소의 오쿠노 쇼(81) 회장의 얘기다. 21일 신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쇼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신 회장은 도전 정신이 뛰어났던 사람”이라며 “롯데월드와 같은 복합 개발을 해낸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건설 당시 모습. [중앙포토]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건설 당시 모습. [중앙포토]

일본의 건축가인 쇼 회장은 50년 전 일본 롯데의 한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신 명예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쇼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요청으로 현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건설 계획부터 참여했다. 쇼 회장이 서른 살이던 때다. 1979년 완공된 롯데호텔은 당시 동양 최대의 초특급 호텔로 6년 간의 공사 끝에 문을 열었다. 지하 3층, 지상 38층에 1000여개의 객실을 갖췄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와 맞먹는 1억 5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롯데호텔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신 명예회장을 불러 “반도호텔이 큰 적자가 나 곤란을 겪고 있으니 어떻게 할 수 없겠느냐”며 국제적인 호텔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서 건설이 추진됐다.

쇼 회장은 “호텔 건축을 위해 서울에 도착해 김포공항에서 반도호텔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시 바닥이 뚫려있을 정도로 서울이 낙후됐던 시절”이라며 “그런 시절에 1000실이나 되는 호텔을 짓겠다고 해서 모두가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신 명예회장과 나눈 50년을 엮은 책을 올해 안에 출간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오쿠노 쇼 회장이 2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통역의 도움을 받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재민 기자

오쿠노 쇼 회장이 21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통역의 도움을 받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재민 기자

롯데호텔에 이어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건설에도 참여한 쇼 회장은 “지금이야 워낙 건물이 많아 롯데월드를 보면 평범한 놀이공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시로선 정말 파격이었다”라며 “신 명예회장은 항상 돈을 번다거나 수익을 따지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최고, 최초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테마파크를 건축물 사이에 끼워 넣는 것은 획기적인 발상이었다”라며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원이 반대했는데 신 회장이 밀어붙였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정신이 뛰어난 분이라고 느꼈다. 그때가 신 회장 인생 절정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쇼 회장은 신 명예회장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질문에는 “수퍼맨” 이라고 했다. 그는“50년이란 시간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부족하다”면서 “인간적인 친숙함과 따뜻함도 갖췄다. 50년 동안 서로 알고 지낸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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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생전 이루지 못해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대해 언급했다.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도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쇼 회장은 “신 회장이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도 롯데월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못 만들고 떠났다”라며 “뉴욕에 롯데월드가 지어졌다면 지금의 롯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또 다른 활약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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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민ㆍ추인영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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