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근원지 우한은 교통요지···수십억 이동 설연휴 최대고비

중앙일보

입력 2020.01.21 11:35

업데이트 2020.01.21 11: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이른바 '우한 폐렴' 과 관련된 정보의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화된 보고 시스템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화된 보고시스템이 빠른 업뎃 '발목'
'교통의 요지' 우한, 설 인구이동 우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03년 발병해 수백명의 사망자를 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후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를 검사하고 보고하는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광둥 성에서 근무 중인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직 의료 관계자는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결과를 발표하기 전, 모든 의료진은 세 단계의 확인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시스템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이것이 오히려 빠른 정보 업데이트의 발목을 잡은 결과를 낳은 셈이다.

홍콩중문대 데이비드 후이(許樹昌) 홍콩중문대 내과·약물치료 학부 교수는 "검사 과정에서 분석 결과 상의 에러를 피하기 위해 분리된 실험실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발병 확인 자체도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당장 문제는 코앞에 닥친 설 연휴 기간이다.

발병의 근원지인 우한은 설 연휴 교통의 요지답게 대규모 인구의 이동이 예상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한 인구는 1100만명에 달하며 중국의 주요 철도 거점”이라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배꼽'으로도 불리는 우한은 중국 6대 도시 중 하나다. 중국 9개 성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이자 내륙의 거점 도시다. 하루에 고속철만 430편이 통과한다.

우한 바이러스로 중국에서 4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우한 바이러스로 중국에서 4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우한 폐렴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설 귀성 행렬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베이징에서 근무 중인 한 미디어업계 종사자는 발병이 한창이던 지난 토요일, 기차를 타고 자신의 고향인 우한으로 이동했으나 기차역에서 오직 자기 혼자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 당황했다고 SCMP에 전했다. 광저우에 사는 금융업계 종사자인 위안 씨는 "우한에 사는 아내의 친척이 설을 맞아 우한에서 올라오는데 걱정이 된다"면서 "저희가 기차역에서 픽업한 뒤 설 연휴에 식사를 같이할 예정인데 좀 민감한 문제다"고 말했다. 위안은 "친척분께서는 계속 올라오겠다고 하시는데 거기에 대고 '안 된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SCMP는 "베이징, 광둥 지역 주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 보니 우한 거주자보다 비(非)우한 거주자가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한 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보다는 사망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최근 급속히 퍼지며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감염 시 발열·마른기침·호흡곤란과 함께 몸의 힘이 빠지는 특징이 있다.

한편 이번 우한 폐렴과 관련,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고위급 전문가 팀장이자 저명 과학자 중난산(鐘南山)이 재조명되고 있다. 중난산은 호흡기 질병 분야의 저명 학자로, 2002~2003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확인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엔 우한 폐렴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상에는 "올해 84세인 중난산 교수가 우한 폐렴을 없애기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그를 칭송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중난산 팀장. [사진 위챗 남방명의방]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중난산 팀장. [사진 위챗 남방명의방]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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