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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52세 스마트폰 수장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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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전자가 여느 해보다 한 달가량 늦은 20일 새해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 중 가장 큰 변화는 스마트폰사업의 수장을 52세 젊은 사장으로 교체한 것이다. 또 후속 인사에서 해외지역총괄 9명 중 7명 정도를 바꿔 해외 영업 조직을 쇄신한다. 또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법무팀에서 준법감시위원회를 지원한 별도 조직을 신설한다. 최근 2~3년간 큰 변화가 없던 삼성전자에서 경영진의 세대교체와 조직 혁신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셈이다. 삼성 내부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연루 후 주춤했던 ‘뉴 삼성호’의 가속 페달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3년 만의 조직 쇄신 #‘갤럭시 신화’ 쓴 노태문 사장 기용 #해외영업 총괄 9명 중 7명 물갈이 #김기남·고동진·김현석 체제 유지속 #50대 4명 새로 사장 올려 세대교체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DS)와 스마트폰(IM), TV와 생활가전(CE) 부문 등 3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2018년 기준 243조원의 전체 매출 중 각각 40%·40%·20% 정도를 담당했다. 삼성전자에서 현재의 김기남 DS부문장(62·대표·부회장), 고동진 IM부문장(59·대표·사장), 김현석 CE부문장(59·대표·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가 시작된 건 2017년 말이다. 이후 3인은 삼성전자 내 경영위원회 멤버로 삼성전자의 경영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에 IM 부문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고동진 대표에게 IM부문장만 맡기고,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할 무선사업부장은 50대 초반의 노태문(52) 사장을 새로 앉혔다. 이는 스마트폰이 판매량은 화웨이에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수익은 애플과 커다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의 폼팩터(형태) 체인저인 갤럭시 폴드를 출시했지만, 힌지에 이물질이 들어가고 화면에 주름이 생기는 등 출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삼성전자 측은 “노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일군 스마트폰 개발 전문가”라며 “경쟁이 심화하는 시장에서 참신한 전략을 제시하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사업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의 사업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신임 사장 4명을 50대로 채웠다.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58),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58), 최윤호 경영지원실장(57),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56)이다. 이에 따라 ‘50대 사장’ 타이틀을 얻게 되는 인사는 기존 7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세대교체를 통한 미래 성장 의지, 성과주의 신상필벌의 인사 원칙을 지켰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자평이다.

노태문 사장. [연합뉴스]

노태문 사장. [연합뉴스]

후속 인사를 통해 해외 영업조직을 대폭 교체하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삼성전자는 한국 총괄과 해외(북미·구주·중국·동남아·서남아·중동·아프리카·중남미·CIS)에 9개, 총 10개의 지역 총괄을 두고 있다. 올해는 이중 한국과 북미, 동남아 총괄을 제외한 7개 지역의 책임자(부사장·전무급)를 바꿀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이재용 부회장의 주문에 따라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 수행을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한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해 다음 달 회사 밖에 출범할 준법감시위원회를 지원한 조직을 새로 만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법무팀 중 일부를 떼고 사업부별로 준법감시위 활동을 지원할 별도 조직을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후속 조직개편에서 현재 구속수감돼 있는 이상훈(65) 이사회 의장을 대체하기 위해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5년 이후 추진하던 미래 사업 강화와 조직 혁신을 위한 단초가 이번 인사서 재개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춤했던 이사회 중심의 경영과 준법경영을 한 차원 강화해나간다는 것이다.

안정 속 변화 위한 세대교체 … 이인용 사장 대외창구 복귀 

이인용

이인용

DS부문과CE부문에서는 커다란 변화는 없다. 우선 DS부문은 김기남 부회장이 부문장직을 유지한 채 ‘반도체 2030 비전’을 지휘한다. 메모리사업부는 진교영(58) 사장이, 2030년까지 비메모리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건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장 역시 각각 정은승(58) 사장과 강인엽(57) 사장 체제가 유지됐다. CE부문에선 김현석 사장이 부문장을 맡고, 생활가전 사업부장직은 부사장급에서 새로 선발해 사업을 전담시킨다. CE 부문 중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한종희(58) 사장 체제에도 변화가 없다.

삼성전자는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안정 속의 변화를 꾀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는 부문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고객 발굴에 전념할 것”이라며 “사업부장들은 새로운 사업전략을 갖고 직접 제품 개발을 주도하며 시장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에서는 또 이인용(63) 고문이 사회공헌업무총괄(CR) 사장으로 복귀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대외 공식 창구로서 대외협력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오현(68) 회장과 윤부근(67) 부회장, 신종균(64) 부회장 등 전 대표들은 조만간 고문역으로 퇴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룹 내 원로로서 경영 자문 등을 주로 맡고 경영에서는 실질적으로 손을 뗀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정훈·김태윤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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