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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레저] 무지개가 내려 앉은 낙원 '아프리카 모리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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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라는 새가 있었다. 아프리카의 한 무인도에 살던 이 새는 16세기 유럽에서 온 선원에 의해 발견됐다. 새는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몸무게가 25㎏에 달하는 뚱보여서 날지도 못했다. 선원들은 이 새에 포르투갈어로 '바보'란 뜻의 '도도'란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마구 잡아먹었다. 발견된 지 150여년 만인 1663년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도도새는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졌다.

하지만 도도새가 살았던 아프리카의 섬 모리셔스는 지금도 도도새 천지다. 물론 실물이 아닌 인형이나 액자.티셔츠 등 관광 기념품 속에서 말이다. 티셔츠 속 도도는 꽃 무늬 웃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발랄한 모습이다. '인간에 의해 멸종된 최초의 종'이라는 슬픈 타이틀이 무색하다.

도도새의 변신은 곧 모리셔스의 역사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끌려온 노예와 중국.아랍.인도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의 나라였던 모리셔스는 이제 '여행자의 낙원' '아프리카의 백조' 등 낭만적인 이름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꽃무리가 바람에 살랑대는 거대한 사탕수수 밭을 지나며 고단한 노예들의 삶을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포트루이스

모리셔스는 마다가스타르 동쪽에 있는 제주도만한 크기의 작은 섬나라다. 내륙은 사탕수수밭이 가득하고 해안가를 빙 둘러선 관광지가 개발돼 있다. 그중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포트루이스(Port Louis)가 수도다.

포트루이스엔 모리셔스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대로 한가운데 자리잡은 국회의사당 등 옛 건물들은 18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바다 바로 옆에 있는 현대적 쇼핑센터인 '르 코단 워터프론트(Le Caudan Waterfront)'엔 화려한 상점과 영화관.카지노가 있다. 그곳 노천카페에선 여유를 즐기는 유럽 여행객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워터프론트에서 멀지않은 중앙시장(Central Market)은 왁자지껄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호객하는 장사꾼들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알록달록 빛깔 선명한 열대 과일과 이름 모를 채소들은 이국적이다. 나무로 만든 공예품이나 각종 향신료.고기와 생선도 구할 수 있다. 물론 절반 이상 깎을 생각을 하고 흥정에 들어가야 한다. 상품 못지않게 다양한 것이 사람들의 면면이다.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이마 한가운데 붉은색 빈디를 찍은 인도계 여성, 꼬불꼬불한 레게머리를 땋은 크레올(아프리카계 혼혈) 남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눈만 빼고 온 몸을 검은 천으로 휘감은 아랍계 여성도 가끔 눈에 띈다. 중국계와 유럽계도 있다.

투명한 바다빛을 자랑하는 모리셔스 해안에는 100여 개의 고급 리조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제공=천도관광]

흙이 일곱가지 색깔을 띠고 있는 ‘무지개 언덕’은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이다.

무인도였던 모리셔스에 온갖 인종이 살게 된 건 침략의 역사 때문이다. 1505년 포르투갈 원정대가 섬을 발견한 뒤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차례로 섬을 지배하면서 마다가스카르와 아프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노예로 끌고 왔다. 1810년 영국이 지배하면서부터는 인도와 아랍.중국에서 사탕수수농장 일꾼을 들여왔다. 196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영국인들은 떠났지만 이전부터 살아온 프랑스인들을 비롯한 이주민들은 그대로 남았다. 때문에 6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계 힌두교도와 함께 아랍계 이슬람교도, 중국인, 크레올, 그리고 유럽인들이 모자이크처럼 모리셔스를 구성하고 있다.

화산이 연출한 풍경들

모리셔스의 바다는 투명하다. 물속을 노니는 물고기떼가 그대로 들여다뵐 정도다 산호가 부서져 만든 새하얀 모래와 에메랄드 물빛, 그리고 바다를 굽어보는 야자수가 어우러진 모습은 '해변'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모습이다. 하지만 모리셔스의 바다가 더 아름다운 것은 산이 있기 때문이다. 모리셔스는 8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송곳니처럼 뾰족뾰족한 산들이 사탕수수 밭이나 해변에 불쑥 솟아 있다.

남서쪽에 있는 샤마렐(Chamarel)은 화산활동으로 빚어진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무지개 언덕(Seven Colooured Earth)'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자연현상. 구불구불 이어진 구릉들이 마치 나염 염색을 한 듯 일곱가지 색깔 흙으로 물들어 있다. 침식현상으로 인해 흙이 씻겨나가면서 고대의 화산재가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인근의 샤마렐 폭포는 사진촬영 명소다. 길이 82m로 모리셔스에서 가장 긴 이 폭포는 절벽에서 떨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화산 분화구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모리셔스> 글.사진=한애란 기자

*** 레저 정보

■ 항공편 = 한국에서 모리셔스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에어 모리셔스로 홍콩을 거쳐 가는 경우 인천에서 홍콩까지 3시간, 홍콩에서 모리셔스까지 9시간이 걸린다.

■ 기후 = 남반구에 있어 계절이 한국과 반대다. 겨울인 5~11월엔 낮 기온이 25도 안팎에 머물러 쾌적하고 아침.저녁은 17~20도 정도로 선선하다. 여름인 12월~이듬해 4월엔 기온이 최고 35도까지 올라간다. 유럽의 겨울을 피해 오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여름철이 성수기에 해당한다.

■ 기타 = 통화는 모리셔스 루피(30루피=1미국달러)를 쓴다. 유럽에서 온 관광객이 많아 관광지에서는 유로도 통한다. 공식 언어는 영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프랑스어나 크레올어(아프리카계 프랑스 방언)를 더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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