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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헬기 운행 재개 하루전 이국종 "안 타"···난감한 경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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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독도 소방헬기 사고 여파로 운행이 중단됐던 경기도 응급의료전용 '닥터헬기'가 이르면 21일부터 다시 하늘은 난다. 그러나 닥터헬기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맡고 있던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경기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닥터헬기 [사진 경기도]

경기도 닥터헬기 [사진 경기도]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경기도 닥터헬기의 운영 재개 승인을 냈다. 긴급 안전점검으로 운행이 중단된 지 2개월 만이다. 지난 18일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으로 이송된 닥터헬기는 이날 오후 야간적응훈련을 마친 뒤 21일이나 22일부터 정상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독도 헬기 추락사고로 멈췄던 닥터헬기 재가동

경기도 닥터헬기 운항이 중단된 이유는 지난해 10월31일 7명의 희생자가 나온 '독도 헬기 추락 사건' 때문이다. 당시 바다에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헬기와 경기도 닥터헬기 기종(유로콥터사의 슈퍼퓨마 EC -225)이 동일한 탓에 정부 방침에 따라 긴급 안전점검을 받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닥터헬기 기체엔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만큼 야간적응훈련이 끝나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왼쪽)와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 [중앙포토]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왼쪽)와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 [중앙포토]

경기도 닥터헬기는 지난해 8월 정식으로 도입됐다. 국내 처음으로 24시간 응급의료활동을 펼친다. 연간 헬기 임대·운영비 70억원은 정부와 경기도가 각각 부담한다. 헬기 운영권은 경기도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국종 교수와 유희석 아주대병원 의료원장이 갈등으로 닥터헬기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병상 등 외상센터 운영을 비롯해 닥터헬기 소음 민원 등도 갈등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닥터헬기 도입 이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소음 관련 민원은 지난해 9~10월까지 8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공식적으로 접수된 민원도 10여 차례 정도 있었다고 한다.

닥터헬기는 도입 초기인 지난해 9∼10월 모두 25차례 출동해 단 한 건의 회항 없이 환자를 외상센터로 이송했다. 그러나 안전점검에 들어간 닥터헬기 대신 소방헬기 3대를 투입한 이후는 의료진 탑승 횟수가 줄었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외상센터로 10대의 헬기가 환자를 실어 날랐지만, 의료진이 탑승한 건 5건이었다. 이 교수가 해군 훈련에 참여한 지난달에는 모두 10건의 이송 중 의료진이 탑승한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

외상센터 측은 "인력도 부족한 데다 안전 문제도 있어서 탑승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 겸 부교수는 앞서 중앙일보에 "닥터헬기 운항을 시작할 당시 의사 5명과 간호사 8명을 채용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병원에선 오히려 기존 인력을 줄이고 인력 충원도 해주지 않았다"며 "겨울에 옥상으로 헬기가 이착륙하려면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열선이 깔려야 하는데 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교수는 이날 "외상센터장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이 교수의 사직 여부와 상관없이 닥터헬기는 계속 운영을 할 예정"이라며 "아주대병원 측에서도 외상센터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경기도에 전해왔다"고 밝혔다.

외상센터 관리·감독은 복지부, 난감한 경기도

지난해 8월 경기도청 잔디마당에서 열린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종합시뮬레이션 훈련'에서 대화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국종 아주대 교수. [사진 경기도]

지난해 8월 경기도청 잔디마당에서 열린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종합시뮬레이션 훈련'에서 대화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국종 아주대 교수. [사진 경기도]

외상센터 운영 갈등에 경기도도 난감해하고 있다.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를 건설할 당시 경기도가 200억원(총 건설비용 453억원)을 지원하긴 했지만, 권한은 전혀 없다. 외상센터 지정·취소는 물론 관리·감독 등은 모두 보건복지부의 몫이다.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것은 의료법 위반 등에 대한 지도·감독과 복지부에 조사 등을 건의할 수는 있다고 한다.
실제로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교수가 외상센터의 인력 부족과 예산 문제 등을 지적하자 같은 달 복지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는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지난 16일 이 교수와 40분간 면담한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 교수를 위로하고 권역외상센터·닥터헬기 운영 문제와 갈등 중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이 교수가 병원 측에 사임 의사를 전달하진 않은 것 같다"며 "아주대병원으로 환자들이 많이 몰리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2월이면 아주대병원에 재활 요양병원(473개 병상)이 추가로 개원하니 병상 문제 등은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병원 측은 "(이 교수 사임 의사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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