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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선2035

“청년 배려”에도 탄식하는 청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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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하준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하준호 정치팀 기자

하준호 정치팀 기자

#1.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청년 A는 지난해 12월 29일 민주당이 원종건(27)씨를 2호 영입인사로 발표했다는 기사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에서 일한다는 그의 이름 앞에는 ‘희망청년’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민주당은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 눈을 떠요’에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그를 외국으로 입양된 여동생, 일찍이 여읜 아버지 등의 기구한 스토리로 소개했다.

A의 불만은 원씨를 향한 게 아니다. A는 “발표 당일 원씨 영입 소식을 알았다. 선거를 앞두고 청년을 적극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당에 헌신했던 청년들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고 했다. “공개 오디션으로 청년 비례를 선출했던 19대 때보다 더 후퇴한 거죠. ‘솔직히 나가서 스펙 쌓거나 TV에 한번 나오는 게 정치하는 데 더 유리하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2. 민주당 간판을 걸고 모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 B씨. 그는 관료 출신 입당자들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과 함께 카메라에 설 때마다 탄식한다. 윤 총장이 소개하는 50대 이상의 전직 관료들은 ‘정치 신인’임을 내세우며 특정 지역구를 콕 집어 출마 선언을 했다. 당 총선기획단장과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 총장의 박수를 받으면서다.

B씨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면 관료 출신들과 붙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청년을 배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당이 청년 도전자들을 카메라 앞에 소개해 준 적이 있었나.” 민주당이 정한 특별당규상 공천 심사 때 정치 신인은 최대 20%, 청년은 최대 25%의 가점을 받는다. 다만 30대 청년은 최대 20%, 40대 초반 청년은 신인보다 낮은 최대 15%로 한정됐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전략지역구’ 공천시 청년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글쎄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여권 인사는 “청년 공천은 당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 본선 경쟁력은 떨어지는 일종의 ‘계륵’”이라고 우려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1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젊은 분들이 용기를 많이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을 포기하고 당에 헌신했던, 청년 배려 공약을 믿고 생계를 뒤로 한 채 도전장을 낸 청년들은 이번 공천심사 때 어떤 ‘용기의 대가’를 받게 될까.

하준호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