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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지나면 ‘이혼해!’…올해는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친다

중앙일보

입력

달라진 명절 부부 선물 트렌드

명절이 끝나면 이온률이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 [중앙포토]

명절이 끝나면 이온률이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 [중앙포토]

명절이 가까워지면 두통이 심하거나 소화가 안 되고, 수면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명절 후유증’이다. 명절 기간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이 늘어놓는 잔소리와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다양한 신체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명절이 끝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배우자에게 선물을 주며 마음을 달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난 이후 위로한다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설·추석을 전후로 10일간 하루 평균 이혼 건수는 일평균 이혼 건수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138.8%).

황혼이혼 두려워…60대 100% 선물 준비

올해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이커머스·e-commerce) G마켓이 19일 545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설날 선물 계획을 조사한 결과, 설 연휴를 전후해서 배우자에게 선물할 계획을 가진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76%를 차지했다. 성인 4명 중 3명은 명절에 고생한 배우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설 선물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77%, 여성의 75%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없다"는 응답은 남성 23%, 여성 25%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남성 280명, 여성 26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배우자에게 설 선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연령이 많을수록 높아졌다. 20대(40%)는 배우자에게 굳이 선물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배우자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30대부턴 상황이 역전된다(63%). 40대(82%)·50대(90%)는 십중팔구 배우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 모든 응답자(100%)가 이번 설 명절에 배우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후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할 경우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30년 넘게 같이 살다가 이혼한 이른바 ‘황혼이혼’ 건수(1만3600건·2018년)는 2017년 대비 17.3% 증가했다.

아내의날)에 꽃 한송이를 선사하는 캠페인이 열렸다. [중앙포토]

아내의날)에 꽃 한송이를 선사하는 캠페인이 열렸다. [중앙포토]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명절 직후에 배우자에게 선물하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설 연휴가 끝나면 명절 기간 노고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선물을 주곤 했다. 이와 달리 올해는 명절 직전에 배우자에게 미리 선물하는 분위기다.

같은 조사에서 ‘배우자에게 설 연휴 직전 선물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64%를 기록했다. 설 연휴가 끝나면 배우자에게 선물하겠다는 응답자 비율(21%)의 3배가 넘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는 소가 떠나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명절 전후로 배우자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에 관해 묻자 응답자의 72%는 ‘고생한 배우자에게 주는 고마움의 표시’라고 응답했다. 소수 의견으로 ‘잔소리·짜증 방지책으로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람도 있었다(3%).

이 때문에 배우자에게 제공할 설 선물을 고르는 기준도 ‘배우자가 원하는 선물’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50%). ‘배우자에게 필요한 것을 선물한다’는 응답(27%)이 2위다. 이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사용하기 좋은 실용적인 선물’을 준비했다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강원 평창군 휘닉스평창은 설 연휴 객실 예약률이 치솟았다. 사진은 휘닉스평창에서 보드를 타는 모습. [뉴스1]

강원 평창군 휘닉스평창은 설 연휴 객실 예약률이 치솟았다. 사진은 휘닉스평창에서 보드를 타는 모습. [뉴스1]

의류·패션 잘 팔리고 호텔·리조트 만실

배우자를 위한 이번 설 선물 품목으로는 의류·패션잡화(41%)와 화장품(19%) 등 주로 여성이 선호하는 제품이 가장 많았다. 식기 세척기와 로봇 청소기, 의류 건조기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가전제품을 준비하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11%).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설 연휴 객실 예약률이 98%를 기록했다. 사진은 켄싱턴 설악 스타호텔. [사진 켄싱턴호텔앤리조트]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설 연휴 객실 예약률이 98%를 기록했다. 사진은 켄싱턴 설악 스타호텔. [사진 켄싱턴호텔앤리조트]

10명 중 1명 정도는 호텔·리조트 등 여행상품과 골프·스키 등 레저용품을 준비했다(9%). 실제로 17일 기준 켄싱턴호텔 앤 리조트(고성)나 휘닉스호텔 앤 리조트(평창), 소노 호텔 앤 리조트(고성·삼척), 오크밸리리조트(원주) 둥 강원도 지역 주요 리조트의 설 연휴 직전·직후 객실 예약률은 거의 100%에 육박한다.

국내 특급 호텔도 설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른바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실제로 롯데호텔서울은 구정 연휴 기간 객실 예약률이 지난해 구정 대비 40% 증가했다. 호텔신라서울과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같은 기간 예약률이 지난해 설날 대비 10~25% 늘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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