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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규탄” 소리 퍼진 광화문, 한쪽에선 “문재인 막아라”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쟁파병반대연합의 '미국의 전쟁행위 규탄 문화제'가 열렸다. 이병준 기자

18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전쟁파병반대연합의 '미국의 전쟁행위 규탄 문화제'가 열렸다. 이병준 기자

주말 광화문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반면 해리스 대사를 두둔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도 열렸다.

18일 오후 5시 무렵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한국 시민·사회·노동 관련단체 72개 연합'(전쟁파병반대연합)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미국의 전쟁행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세종대왕상 뒤에 모여 앉아 “No war on Iran(이란에 대한 전쟁 거부한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를 외쳤다. 이들이 손에 든 플래카드에는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반대한다’ ‘미군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해리스 대사는 7일 KBS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안전 문제다. 원유 수급 등 에너지 수송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한미 동맹도 고려하고 이란과도 외교 관계가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현실적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해리스 대사는 정부가 북한 개별 관광 등 독자적인 남북협력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주의는 고무적”이라면서도 “이에 따른 행동은 미국과의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여당은 “대사가 조선 총독인가”라며,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집회 주최 측도 “해리스 대사가 우리나라에서 식민지 총독 행세를 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미국이 테러행위를 저지르고 우리나라 국민을 총알받이로 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크를 잡은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도 “헌법 제5조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해야 한다”며 “파병이 결정된다면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의 굉장히 부끄러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호르무즈 파병 종용하는 해리스 규탄한다”고 외치며 주한 미국 대사관을 향해 함성을 외치기도 했다.

18일 오전부터 열린 범투본 집회. 이병준 기자

18일 오전부터 열린 범투본 집회. 이병준 기자

반면 같은 날 오전 11시 무렵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집회를 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해리스 대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문 대통령이 해리스 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 자신의 목표인 공산화를 위해 광속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더는 장난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내자”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해리스 화이팅” “한미동맹 지켜내자”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가 끝난 뒤 일부 범투본 지지자들은 전쟁파병반대연합 측이 모인 장소로 가 확성기와 부부젤라를 울리며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경찰은 전쟁파병반대연합 집회 장소 인근에 펜스를 치고 경력을 배치하며 양측의 충돌을 막았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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