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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성장 멈춘 보험업계, 2030에 45원 단기보험 내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보험 업계는 수년째 극심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저출산·저금리의 장기화로 실적 부진에 빠졌지만, 헤쳐나갈 만한 마땅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서다. 보험연구원이 2020년 보험 시장을 ‘제로 성장’으로 예측한 배경이다.

20,30대에겐 보험료 45원짜리 단기보험으로 

활로를 찾아 업계는 최근 눈물겨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보험료 45원. 디지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출시한 반려동물 산책보험의 보험료다. 보험 가입 후 산책을 나갈 때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험을 개시하면, 자동으로 정산돼 매월 보험료가 빠져나간다.

[사진 pxhere]

[사진 pxhere]

보험 업계 입장에서 2030 밀레니얼 세대는 반드시 잡아야 할 고객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73.6%였다. 하지만 2018년 63.8%로 10%포인트나 떨어졌다. 과거에 비해 가입률이 낮다는 건 당장은 나쁜 지표다. 하지만 확장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20~30대를 겨냥해 가입 기간은 짧고, 보험료는 싼 ‘마이크로 보험’ 상품이 연이어 등장하는 이유다.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인 보맵은 1회 700원의 보험료로 교통 상해나 강력 범죄 등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는 귀가안심 보험을 판다. 하루 540원짜리 운전자 보험, 1230원짜리 자전거 보험도 이 회사의 주력 상품군이다. 개인이 위험을 인지한 순간 가입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기간 동안 유지하는 보험이다. 직장인 이정은(29)씨는 “기존 보험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자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 심사부터 지급까지 AI 시대

인공지능(AI) 활용도 대세가 됐다. 2018년 6월 ABL생명의 실손보험에 가입한 A씨는 2019년 1월 방광암 진단을 받고 치료비를 청구했다. 그런데 ABL생명이 운영 중인 AI시스템은 질병 이력, 청구 금액, 특약 가입비율 등을 토대로 A씨를 보험 사기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실제로 현장 심사를 진행해보니 A씨는 고혈압 등으로 꾸준히 통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보험사는 A씨가 보험 가입 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보고 계약을 해지했다.

보맵 홈페이지

보맵 홈페이지

교보생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보험 심사 업무에 AI 바로(BARO)를 도입했다. 바로는 보험을 가입할 때 위험이 낮은 계약과 높은 계약을 판별해 자동으로 승낙 여부를 결정한다. 한화생명도 보험금 지급 심사에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AI는 과거 3년 간 보험금 청구 데이터 1100만건을 토대로 3만5000번의 학습 과정을 거쳤다. AI 도입으로 100만원 이하 소액 실손보험금 청구건은 초 단위로 심사가 끝난다.

보험업계가 AI 도입에 적극적인 건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도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AI 도입으로 향후 5년 간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 후코쿠생명은 보험료 산출 등에 IBM이 개발한 AI ‘왓슨 익스플로러’를 도입한 뒤 연간 14억원의 인건비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고객 삶의 패턴이 바뀐 만큼 인슈어테크는 보험 업계에서도 필수가 됐다”며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처리로 가명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만큼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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