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옥의 레이스' 완주한 류명걸 "사막 모래에 처박혀도 즐거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루에 최소 한두 번은 모래에 처박혔지만 즐거웠다.”
류명걸(39) 프로가 지난 17일(현지시각) ‘지옥의 레이스’ 다카르랠리 바이크 부문에서 완주하면서 중앙일보에 소감을 전했다. 한국인의 다카르랠리 바이크 부문 완주는 처음이다. 류 프로의 최종 종합 순위는 40위. 이번 대회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이면서 역대(450cc 바이크 기준) 아시아 선수 순위 중 가장 높다.

류명걸(왼쪽) 프로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끝난 2020 사우디아라비아 다카르랠리 시상대에서 동료인 정주영 사진가와 태극기를 펼쳐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정주영

류명걸(왼쪽) 프로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끝난 2020 사우디아라비아 다카르랠리 시상대에서 동료인 정주영 사진가와 태극기를 펼쳐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정주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약 7800km를 12개 구간으로 나눠 달린 이번 42회 다카르랠리는 지난 5일 시작됐다. 사막 지대가 75%였다. 류 프로는 첫 구간에서 91위로 들어섰다. 이후 2구간부터 50위 안팎으로 뛰어오르더니 6구간부터는 40위권에 진입했다. 당초 종합 50위권이 목표였다.

다카르랠리 바이크 부문 첫 한국인 완주

바이크 부문에는 158명이 출전했다. 96명만 완주했다. 대회 중간인 7구간에서는 2015년 대회 준우승자였던 파울로 곤 칼 배스(40·포르투갈)가 경기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또 2017년 대회 우승자였던 샘 선덜랜드(30·영국)도 경기 중 사고로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퇴장하기도 했다.

류 프로는 누적 시간 52시간 40분 26초로 12개 구간을 끊었다. 페널티 2시간 22분을 받았다. 일부 구간에서 코스 이탈로 페널티를 받았다. 10구간에서는 경기 중 다친 선수를 도와주느라 시간을 지체했는데, 주최 측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바람에 시간을 보상받지 못하기도 했다. 모터사이클 엔진과 차대를 연결하는 부분이 모두 끊어져 가속이 어려웠다. 순위가 뒤로 많이 밀려났던 류 프로는 다음날 11구간 경주에서 앞서가던 선수 약 50명을 제치는 등 곧바로 순위를 회복했다. 1위는 미국의 리키브라베크(40시간02분36초)다.

류명걸 프로가 지난 6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알와이와 네옴을 잇는 다카르랠리 2구간에서 역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류명걸 프로가 지난 6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알와이와 네옴을 잇는 다카르랠리 2구간에서 역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류명걸 프로가 지난 6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알와이와 네옴을 잇는 다카르랠리 2구간에서 역주하고 있다. 류 프로는 17일 끝난 이번 대회에서 최종 종합 40위로 한국인 첫 바이크 부문 완주자가 됐다. [EPA=연합뉴스]

류명걸 프로가 지난 6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알와이와 네옴을 잇는 다카르랠리 2구간에서 역주하고 있다. 류 프로는 17일 끝난 이번 대회에서 최종 종합 40위로 한국인 첫 바이크 부문 완주자가 됐다. [EPA=연합뉴스]

류 프로는 “나보다 나이도, 경험도 많은 선수들이 많았다”며 “새벽 3시부터 출발 준비를 했는데, 누구 하나 피곤한 기색 없이 즐거워서 라이딩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역시 다카르랠리는 다카르랠리더라”고 덧붙였다.

다카르랠리는 1979년 프랑스 파리~세네갈 다카르를 달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2008년 이후 테러 위험과 환경 문제로 남미로 무대를 옮겼다가 이번 대회부터 중동에서 개최됐다. 류 프로는 모터사이클 정비공으로 일하다가 몽골랠리(2017·2019년), 바하랠리(2018) 등에서 우승하며 모터사이클 아시아 일인자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에는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관련기사

류명걸 프로가 지난 17일(현지시각) 2020 사우디아라비아 다카르랠리가 끝난 뒤 완주 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주영

류명걸 프로가 지난 17일(현지시각) 2020 사우디아라비아 다카르랠리가 끝난 뒤 완주 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정주영

류 프로는 대회를 마친 후 "너무 좋아서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그저 감사드린다“며 "다카르랠리는 끝났지만, 아직 내 인생의 랠리는 끝나지 않았다. 지치지 않고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자동차 제작사 중에는 쌍용자동차 모터스포츠팀이 스페인 드라이버들과 엔지니어로 팀을 구성해 출전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