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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100분…베이징 신공항의 역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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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01면

허브공항 ‘신 삼국지’ 

공항과 항공은 성장산업이다. 국제공항협회(ACI)가 집계한 전세계 공항 이용객은 88억 명에 달한다. 2023년까지 30% 늘어나고, 연평균 4.1%씩 늘어나 2040년에는 20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리적인 제약이 큰 산업이기도 하다. 넓은 부지와 안정적인 기후가 필수적인데다 충분한 승객과 화물을 모을 수 있는 배후 경제권도 존재해야 한다. 항공 수요가 많은 아시아·북미·유럽 항로에서 크게 벗어나도 곤란하다. 인천공항은 북미·유럽 노선이 교차하는 지리적 이점과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권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은 여객 7117만 명, 환승객 839만 명, 운항 40만 회를 달성했다. 국제선 여객은 7058만명으로 두바이, 런던(히드로), 홍콩(첵랍콕), 암스테르담(스키폴)에 이어 세계 5위다.

다싱 개항, 서우두 확장해 연 2억명 #환승객 적극 유인 동북아 허브 노려 #인천 환승률은 매년 줄어 11%대로 #규제 프리존 지정 경쟁력 강화 필요

동북아 주요 공항

동북아 주요 공항

하지만 인천공항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비행시간 1시간 40분 거리에 강력한 경쟁자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베이징 남쪽 다싱(大興)공항의 문을 열었다. 내년 4500만명, 2025년 7200만명 수준으로 규모를 키우고, 이후 활주로 7개가 완비되면 연간 여객 1억명을 감당하게 된다. 현재 연 1억명이 이용하는 서우두(首都)공항을 포함하면 베이징에는 남북에 각각 1억명 규모의 공항이 들어서게 된다.

동북아 승객과 화물을 놓고 인천공항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서우두공항이 국내선 승객을 소화하기도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국제선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입지와 항로, 배후 경제권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과의 아시아 허브 경쟁에서 간신히 주도권을 잡은 인천공항에 노란불이 켜진 셈이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은 비교하기조차 어렵다. 중동과 중국 정부는 항공산업에 비공식적인 보조금을 뿌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베이징 신공항은 인천공항의 턱밑에 겨눈 비수”라고 말했다.

공항과 항공산업은 한번 인프라를 갖춰 놓으면 꾸준히 성과를 거둬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아랍에미리트(UAE)는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원유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진주조개를 잡는 한가한 어촌이던 두바이에 공항을 건설했다. 두바이공항은 이용객 8888만명으로 국제선 기준 세계 최대 공항으로 성장했다. 두바이가 유럽·아프리카·호주·미주를 잇는 교통 허브(지역 중심공항)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UAE는 두바이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820억달러(95조원)를 들여 신공항인 알막툼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두바이공항의 환승률(전체 승객에서 환승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고, 유럽의 대표적인 허브인 네덜란드 스키폴공항도 36%다. 반면 지난해 인천공항을 거쳐 간 환승객은 839만명으로 환승률은 11.9%에 그쳤다. 환승객 가운데 중국·동남아 비중이 크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해 베이징 서우두공항이 미주·유럽 직항 노선 10개를 신설하면서 중국 환승객은 87만 명으로 2018년보다 6.2% 감소했다. 베이징 공항이 확장되고 취항노선이 확대될수록 연 200만 명 안팎인 동남아 환승객도 인천 대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항공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화물 환적률도 2007년 50.7%에서 2018년 39.4%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중장기 전략의 부재를 우려한다. 인천공항의 취항 노선과 항공사는 2014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인천공항 이용자가 매년 50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은 저비용항공사(LCC)가 급성장한 결과다. 이대로라며 한국인만을 위한 지역 공항으로 전락할 처지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여객만으로 다싱공항 등 세계 공항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영종도만이라도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해 비즈니스와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글로벌 허브공항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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