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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항공 1억6000만, 대한항공 2600만…‘규모의 경제’ 실현 위한 항공산업 재편 불가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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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호 05면

허브공항 ‘신 삼국지’ 

포화상태인 국내 항공시장을 놓고 항공사간 이합집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포화상태인 국내 항공시장을 놓고 항공사간 이합집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19일 출발해 22일 귀국하는 진에어 인천~기타규슈 노선 항공요금은 8만4400원이다. 저비용항공사(LCC)인만큼 기내식은 제공하지 않지만 세금·수수료는 물론 15㎏ 한도의 무료수하물까지 포함된다. 같은 항공사, 같은 날자의 서울~제주 노선 항공료(8만2400~11만310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음달 중에도 오사카는 왕복 9만원 안팎, 후쿠오카는 10만원 안팎에 어렵지 않게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중국 노선도 칭다오·옌타이 등은 10만원 안팎, 베이징·상하이 등은 15만원 안팎이면 된다. 8개에 달하는 국적 항공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다.

일본 불매 여파보다 포화상태 심각 #대한항공 빼고 LCC 등 줄줄이 적자 #HDC, 아시아나 인수 등 계기로 #미국식 덩치 키우기 인수합병 시작

승객들은 미소를 짓지만 한국 항공업계는 고사 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들이 적자를 냈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도 1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LCC도 제주항공이 영업손실 174억원으로 2분기 연속 적자,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각각 131억원, 10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에 올 상반기까지 실적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LCC들이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에어서울의 경우 전체 노선의 66%에 달하던 일본 노선을 제주, 베트남, 대만 등으로 돌렸다. 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제주, 다낭 등은 이착륙 시간이 꽉 차 있거나 승객이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렵다. 현재 베트남 노선에서 다낭은 7개, 하노이와 나트랑은 6개, 호치민 4개 항공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발 불황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항공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016~2018년 국적항공사의 국제선 좌석 공급은 22% 늘었지만 국제선 여객수는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항공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양양을 기반으로 한 플라이강원, 청주 기반의 에어로케이 등 3개 LCC가 신규 면허를 받았다. 이에따라 국적항공사는 대한한공·아시아나와 LCC 9개를 합쳐 11개로 늘어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LCC는 인구가 3억3000만명인 미국이 9개, 1억2000만명인 일본이 8개다. 인구 14억명이 넘는 중국도 6개에 불과하다. 두 개인 대형항공사도 시장규모에 비해 많지 않는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이나 독일도 대형항공사는 하나씩이다. 프랑스의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의 KLM은 합병했다. 규모가 작은 항공사들이 난립하다보니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다. 2018년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여객 운송실적은 2673만명으로 전세계 항공사 가운데 43위, 아시아나는 2055만명으로 53위에 그쳤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1억6360만명)과 델타항공(1억5221만명)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남방항공이 1억397만명으로 6위, 중국동방항공이 9561만명으로 7위다.

국내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된 것을 계기로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LCC 업계 국내 1위인 제주항공이 6위인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1978년 항공 자유화 이후 1985년까지 118개의 신규 항공사가 생겼으나 치열한 생존 경쟁을 거쳐 팬암·트랜스월드 등 100여개가 자취를 감췄다”며 “국내 항공시장에서는 미국식 인수합병 등을 통한 덩치 불리기 작업이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다. 2017년 이후 독일 에어베를린 등 40여개 항공사가 파산했다. 지난해에도 독일 게르마니아항공, 아일랜드 와우항공, 영국 토마스쿡항공, 프랑스 에이글아주르 등이 잇따라 간판을 내렸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유럽 라이언에어, 동남아 에어아시아 등은 공격적인 노선 확장과 저운임 전략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라며 “국내에서도 공급 과잉을 여행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항공사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만큼 시장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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