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형오 "죽으러 왔다…눈 가리고 칼 든다" 공천 칼바람 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전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전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 임현동 기자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하겠다."

김형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를 언급하며 "유스티치아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눈은 가리고 있다"며 "왜 눈을 가리는지 아느냐. 눈에 밟히는 사람은 놓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공식 일정서부터 21대 총선 공천 칼바람이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큰 틀에서의 세 가지 공천 기준을 밝혔다. 그는 "첫째 경제를 살리는 국회의원, 둘째 자유와 안보를 지키는 국회의원. 셋째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을 공천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 신인을 적극 발굴하고 청년과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장치로 그는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를 예로 들며 "시간도 없고 인재도 많지 않아 그런 시도도 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새로운 모습과 혁신을 보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미국에서 유래한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후보를 선발할 때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이 참여해 선출하는 방식이다. 투명성은 높지만, 통상 인지도 높은 현역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한국형'이란 단서를 단 것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일부 변형시켜, 신인과 외부 인사를 배려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것이고 간섭받지 않을 것"이라며 "공관위원장으로서 직을 걸고 하겠다. 공관위원들의 소신엔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황교안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과 함께 당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공천 때마다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았다"며 "오염된 물에 새로운 고기를 넣어봐야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공천 관리를 맡고 있으니 새로운 물고기를 영입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 판을 가는 것은 정치가 개혁되고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통합'에 대해선 "양쪽 날개로 날아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갈 수 있다"며 "설(구정) 전에 흔쾌히 타결되면 더는 바랄 것 없고, 원칙이라도 합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공관위원장 거취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감투가 아닌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죽기를 원하지 않고 살기로 원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달라"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첫 회동을 하며 서민의 삶을 담은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첫 회동을 하며 서민의 삶을 담은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김 위원장은 황 대표에게 그림을 선물했다. 시장 상인이 아이들에게 포도를 건네는 모습이 그려진 작품이다. 그는 "제 연구실에서 걸어놨던 그림이다. 당이 정말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국민과 함께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이 그림을 출발점으로 국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김기정·이가람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