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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공항 프로젝트 따내 항공 경제 영토 넓히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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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인도네시아 공항 운영권 사업 수주를 앞둔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이 해외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도네시아 공항 운영권 사업 수주를 앞둔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이 해외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국내 건설사, 면세점의 신남방 진출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지난 8일 인도네시아 출국을 앞두고 만난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60)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구 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인도네시아의 제1공항공사(이하 AP1) 및 인도네시아 건설 공기업(PT WijayaKaryaㆍ이하 WIKA)과 바탐 항나딤 공항 투자개발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바탐경제자유구역청이 국제 경쟁 입찰 중인 민관협력 투자개발사업 수주를 위해서다. 총 5400억원 규모인 이 사업의 낙찰자는 향후 35년간 바탐 항나딤 공항 운영권을 얻는다. 공항 인프라 확장을 위한 건설시공·개보수, 공항운영·시설 유지보수 관리까지 전담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구 사장은 “인도네시아 대표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바탐 항나딤 공항 투자개발 사업 수주를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다”며 “국내 기업과 함께 항공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구본환 사장 #“2억6000만명 인구에 항공수요 #주변 지역 개발가능성이 매력”

지난 1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구본환 사장(가운데)이 AP1 파익 파미 사장(오른쪽), WIKA의 투미야나 사장(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난 1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구본환 사장(가운데)이 AP1 파익 파미 사장(오른쪽), WIKA의 투미야나 사장(왼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바탐 항나딤 공항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K 컬쳐(한류), K 테크, K 푸드와 같은 한국형 경제 생태계를 이식하는, 항공 경제 영토 확장을 위해서다. 또 인천공항공사가 해외 공항에 지분 참여를 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여객에만 의존하는 현 공항정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수요 창출형 공항’을 인도네시아에 만드는 것이다. 공항은 물론 주변 지역을 개발하고, 항공 화물 등 물류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왜 인도네시아인가.
“인구와 항공 수요다. 2억 6000만명의 인구와 1만 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연평균 10%의 폭발적인 항공 시장 성장세를 보이는 블루오션이다. 특히 바탐 지역은 페리로 30분이면 싱가포르에 닿는 지리적 요충지다. 향후 호텔과 리조트, 관광 인프라, 복합 물류단지와 같은 공항 주변 지역 개발이 용이하다는 의미다. 전략적 파트너 선택에도 공을 들였다. AP1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영기업이다. 발리 공항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
 협력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겠다.
“시간과 노력의 결과다. 인천공항은 2013년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공항 운영지원, 기술지원은 물론 지난해 AP1 인력의 교육도 담당했다. 사람과 돈이 오가면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것이 이치다. 인천공항은 2007년부터 해외사업 전담 부서를 신설해 공항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해외에 전수했다. 14개 국가에서 29개 해외 사업을 따낼 만큼 운영 능력을 검증받았다.”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건설과 제2여객터미널 확장을 골자로 하는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오는 2024년 이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1억명이 넘는 여객을 수용하며 세계 3대 공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 건설 현장에서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기공식'을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 전체 조감도.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4활주로 건설과 제2여객터미널 확장을 골자로 하는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오는 2024년 이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공항은 연간 1억명이 넘는 여객을 수용하며 세계 3대 공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 인천공항 제2터미널 건설 현장에서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 기공식'을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 전체 조감도.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오는 2030년까지 국제항공운송지표(ATU) 세계 1위 공항으로 도약하고 매출 5조원을 달성하는 ‘인천공항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은 ATU 기준 세계 5위다.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여객 수 7117만명, 매출 2조 7690억원(잠정)으로 개항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해외 시장에선 선전하지만 정작 인천공항은 경쟁자의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베이징 다싱공항이 지난해 개항하면서 인천공항은 동북아시아 허브공항 자리를 위협받는 것이 사실이다. 여객만으로 세계 공항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탈공항을 선언하고 ‘초(超) 공항’, ‘공항경제권’을 추진하고 있다. 영종도 지역만이라도 ‘규제 프리존’이 됐으면 한다. 글로벌 허브공항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다목적 공연장, 5성급 호텔, 카지노 등으로 구성된 복합리조트가 2022년 6월 인천공항 국제업무지구(IBC)에 문을 연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인스파이어)와 함께 총 4단계에 걸쳐 IBC-Ⅲ 구역의 437만㎡ 부지에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조감도. [연합뉴스]

다목적 공연장, 5성급 호텔, 카지노 등으로 구성된 복합리조트가 2022년 6월 인천공항 국제업무지구(IBC)에 문을 연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인스파이어)와 함께 총 4단계에 걸쳐 IBC-Ⅲ 구역의 437만㎡ 부지에 '인스파이어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조감도. [연합뉴스]

1960년생인 구 사장은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89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건설교통부 국제항공과장, 국토해양부(이상 국토교통부 전신) 서울지방항공청장 등을 역임하고,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관과 항공정책실장을 지낸 항공 전문가다.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목표는.
“인천공항은 생물이다. 24시간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하루 1200여 편의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뜨고 내리니까. 인천공항의 성공 신화는 과거라고 선언했다. 지금 세계 공항은 인근 지역을 비즈니스와 첨단산업으로 엮는 3세대 공항으로 빠르게 변한다. 인천공항 주변을 경제활동 중심지로 만들어 다른 공항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공항으로 만들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내 마지막 남은 연료까지 다 쏟아부을 각오다.”

인천=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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