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재야 세력과 첫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베를린 AP·로이터=연합】건국 40돌을 맞아 전국 5대도시를 휩쓴 대규모 민주화시위로 위기에 봉착한 동독 정부당국은 지방에서부터 재야대표들과 대화를 개시하고 시위관련 구속자들을 석방하는 등 변화의 첫 신호를 보였다.
가장 격렬한 시위의 현장이었던 드레스덴에서는 간호사·견습공·기계공을 포함, 20명의 시민대표들이 9일 시청에서 볼프강 베르크호퍼시장과 만나 여행자유·선거개혁·구속자석방등 9개항의 개혁요구사항을 제시했으며 오는16일 회담을 속개하기로 했다고 대화참석자들이 전했다.
9일 7만명이 데모를 벌였던 라이프치히에서도 지역 공산당 수뇌들과 재야대표들간에 대화의 장이 마련돼 곧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언론기관들이 보도했다.
서독의 ZDF-TV 방송은 루터교회의 고위 소식통들을 인용『이번 사태에 관한 대화가 동독중앙기관들과도 시작됐다』고 전했으나 대화 참석자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실제로 재야와 대화를 시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관영 보도기관들은 여전히 시위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동베를린의 개신교 관계자들은 드레스덴에서 시위 도중 연행된 약 1천명 중 5백명이 10일 석방됐다고 전했는데 베르크호퍼 드레스덴시장은 앞서 시민대표와의 회담에서 폭력행위를 하지 않은 단순 가담자는 모두 석방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스덴과 라이프치히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국과 재야와의 대화노력은 비록 중앙당 수준에서는 아직 확인할만한 유화적 제스처가보이지 않고 있으나 동독지도층의 비타협적 강경보수노선에 돌파구가 열릴지 모른다는 중요한 신호가 되고있다.
한편 동베를린에서는 공산당정치국이 10일 이번 대규모 시위사태 이후 처음으로 회의를 소집했다고 국영언론이 전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정치국 회의는 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서기장이 호네커동독지도자에게 개혁을 촉구하고 호네커가 이를 거부한 후 최초로 열린 것으로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