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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지금은 '항명'이라면서···7년전엔 윤석열 발언 열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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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단 물갈이 인사’를 놓고 여권과 검찰이 정면으로 충돌한 가운데 정치권에선 박근혜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장 발언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한 윤 총장은 검찰 상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을 체포해 ‘항명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윤 총장은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는다”고 맞받았는데, 이는 지금 여권이 윤 총장의 인사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한 것과도 묘하게 대응된다.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회의실.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검 국정감사가 있었다.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오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 [중앙포토]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오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 [중앙포토]

박지원 민주당 의원=“윤석열 팀장님!”
윤석열 수사팀장=“예.”
박지원=“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저히 뚫고 가기 힘들다는 것이죠.“
윤석열=“즉각 강제수사에 착수를 해야 된다고 보고를 드렸는데 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그런 말씀을 하셔서 저희도….”
박지원=“그렇지요.”
윤석열= “제가 그래도 상관인 검사장께 보고를 드렸는데 부당한 이런 지시를 하시기 때문에, 그것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더라도 따르면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이어 조직을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는 않는다는 말도 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지금 검찰조직은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합니다.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갑윤=“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윤석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청와대 사진 기자단

당시 국감 상황을 본 진보 인사들은 SNS 등을 통해 일제히 윤 총장을 지지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도현 시인도 윤석열 총장의 말을 인용한 뒤 “이 말은 사람에게 아부하고 있는 해바라기 ‘정치 검찰’의 가슴을 후벼팔 것이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인권운동가 고상만씨도 트위터에 “제가 선정하고 싶은 2013년, 최고의 명언입니다”이라고 썼고,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도 “윤석열 수사팀장의 이 말이 아침부터 마음을 울리는군요. 부정한 권력 아래에서 진정으로 당당하고 의로운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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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방송인이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침없고 막힘없고 자연스러운 윤석열 팀장의 진술 태도와 서울지검장의 더듬고 추상적인 태도의 차이, 누가 거짓말장이인지 일반인 눈에도 확연하죠”라고 평을 적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팀장에 대한 검사장들의 집단 왕따 그리고 십자가 밟기. 이 얼마나 슬픈 현실입니까?”라며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인 수도권 검사장들의 행동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후배 검사에 대한 애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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