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대화를 정치적으로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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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이 26일 오전 서울 혜화동 집무실을 예방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수환 추기경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27일 대화 내용은 배석했던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그는 당초 기자들에게 전달했던 김 추기경의 발언배경을 수정해야 했다. 두 사람이 비공개를 전제로 덕담 수준의 대화를 나눴지만 유 대변인이 대화 내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 항의를 받고서다.

다음은 유 대변인이 전한 문제의 대목.

▶김 추기경="국민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다고 생각하도록 잘해 달라. 누가 대통령이 되건 정권교체 잘 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강 대표="잘하겠다."

▶김 추기경="누가 되건 정권교체가 중요하다. 시작부터 어려움 있었으나 강 대표가 몸을 낮추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유 대변인은 당초 "누가 대통령이 되건"이란 한나라당의 복수 대선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대변인은 약 3시간 뒤 발언배경을 정정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정권교체 잘 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말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충고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과거 대선경쟁을 하면서 여러 후보가 나와 경선에 불복하고 정권창출을 못한 적이 있는데, 대선주자 입장에선 자기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이 믿을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도록'이라는 말은 국민이 이런 생각을 갖도록 잘해 달라고 한 충고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대변인은 "종교 지도자가 어느 정당을 지지발언하는 것은 없는 일이고, 실제 그런 적도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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