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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도 체육시설도 아닌 스포츠 과외, 제도권이 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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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포츠 사교육 시장을 법의 테두리 안에 두면 지도자와 수강생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인천 청라에서 엘리트 야구선수를 지도하는 프로선수 출신 안정광 코치와 수강생. 오종택 기자

스포츠 사교육 시장을 법의 테두리 안에 두면 지도자와 수강생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인천 청라에서 엘리트 야구선수를 지도하는 프로선수 출신 안정광 코치와 수강생. 오종택 기자

엘리트 선수와 외국대학 준비생 등을 위한 스포츠 사교육 시장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제도권 밖에서 암암리에 운영되는 현실이다. 지도자도, 수강생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체육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스포츠 사교육 시장의 현황과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도권에 포함시켜 관리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스포츠 사교육 ③ 남은 과제는·끝 #법의 사각지대 위치, 사고 가능성 #문체부도 관련 법령 개정 추진 중 #외국처럼 공공스포츠클럽도 대안

엘리트 선수 사교육 시장이 꾸준히 팽창하는 이유가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는 선수와 학부모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매커니즘에도 원인이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매년 150명 안팎의 선수가 방출되면서 사실상 일자리를 잃는다. 그중 기존 팀에 들어가 지도자로 새 출발하는 건 극소수다. 운동 외의 다른 기술을 가진 것도 없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도 만만치 않다. 결국 많은 수가 사교육 시장에 뛰어든다.

스포츠 사교육 시장은 ‘학원 운영’과 ‘스포츠 시설물 관리’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학원을 운영하려면 해당 지역 시·도 교육청에 등록해야 한다. 법에서 정한 학원의 범위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예능(미술, 음악)’에 국한된다. 스포츠 강습의 경우 골프장, 스키장, 야구장, 당구장, 무도학원 등 관련 시설을 확보해 운영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전등록 또는 신고가 필요하다. 반면 시설 없이 할 수 있는 야구교실, 축구클럽 등은 설립과 운영이 자유롭다.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의 한 축구클럽 승합차가 수강생을 싣고 달리다가 교통사고를 내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는 스포츠 사교육 관련법 정비의 시급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 사고로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관리 강화를 의무화한 ‘태호·유찬이 법’이 발의됐다. 이 법으로도 필요할 때 운동장을 잠시 빌려 개인교습하는 스포츠 사교육 시장은 통제가 어렵다. 수강생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하고 거액을 챙긴 ‘이여상 사건’은 현재의 시스템 하에선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관련 법 제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체육시설을 소유하거나, 장기 임차해 스포츠를 가르치는 경우는 반드시 관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시설을 빌려 사용하는 경우는 신고사항이 아니다. 현재의 체육교습업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 사교육 시장까지 관할하도록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회와 협력해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명문대 입시를 위한 스포츠 사교육은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라크로스·승마·펜싱·조정 등의 종목이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건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배우고 즐기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국내 저변이 넓지 않아 괜찮은 지도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국내 스포츠 활성화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는 공공스포츠클럽이 이들 종목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국 대학 진학을 희망한 딸에게 펜싱 과외를 시켰던 김상호(56·경기 성남시)씨는 “펜싱은 수요가 많지 않겠지만, 만약 공공스포츠클럽에 교육과정이 있었다면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꼭 사는 지역이 아니라도 시·도 규모 단위, 예를 들어 수원에서 경기도 남부권을 커버하는 식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 딸은 사설학원에서 시간당 10만원 안팎의 수강료로 배웠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생활체육 담당 남상우 박사는 “군소 종목도 수요가 확실하면 공공스포츠클럽에서 즐길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추는 게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에 맞는 흐름이다.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서든, 그냥 재미로 배우려는 경우든, 원하는 사람에게는 국가가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독일은 인근 스포츠클럽에 원하는 종목이 없을 경우 3명 이상이 신청하면 관련 종목을 개설한다. 예산과 지도자, 장비까지 모두 지원한다. 7명 이상 원할 경우에는 아예 스포츠클럽을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송지훈·박린·피주영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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