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싸움에 등터지는 빈 살만···아람코 시총 233조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0.01.07 16:24

업데이트 2020.01.07 16:51

무함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란 갈등의 불똥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에 튀었다.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아람코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판이다.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꿈꾸는 ‘탈석유 경제’ 국가 개혁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유가 상승 호재에도 지정학적 위기 우려 더 커
기업공개 이후 최저치…2주만에 주가 10% 하락
"석유 인프라 드론공격·사이버 테러 가능성도"

아람코 주가는 6일(현지시간) 34.50리알(1만712원)을 기록,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이후 2% 하락했다. 상장 이후 최고가를 찍었던 지난달 16일(38리알)과 비교해 10% 넘게 하락, 총 2000억 달러(233조원)가 증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보복전에 나설 경우 아람코 주가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고 보도했다.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진두지휘해온 빈 살만 왕세자의 체면도 구겨졌다. 아람코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에서 1조8000억 달러로 단숨에 내렸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그동안 아람코의 가치를 1조5000억~1조8000억 달러로 책정했지만, 빈 살만은 줄곧 2조 달러를 주장해왔다.

아람코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아람코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동 정세의 혼란은 아람코에 호재일 수도, 악재일 수도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아람코의 매출이 늘어난다. 반면 전쟁 발발로 사우디의 석유 판매에 차질이 생길 경우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 일단 시장은 악재 쪽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하다. 미국과 강력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에 이란이 테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아람코의 정유시설 두 곳이 의문의 드론 공격을 받아 2주간 운영이 중단된 바 있는데, 당시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미 CNN은 “국제유가가 지난 2일 이후 6% 정도 상승하며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했는데도 아람코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볼 때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천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초조해진 투자자들이 아람코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상당한 해킹 실력을 보유한 이란이 사우디를 상대로 사이버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란은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미 월가 대표 투자은행을 공격해 고객들의 계좌 접근을 어렵게 한 이력이 있다. 아람코도 2012년 해커의 공격을 받아 3만5000대의 컴퓨터가 부분적으로 자료가 삭제되거나 완전히 파괴되는 테러를 당했다.

아람코의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빈 살만 왕세자의 국가개조·개혁 계획인 ‘비전 2030’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빈 살만은 사우디 북서부 지역에 5000억 달러(595조원)를 쏟아부어 미래 신도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혁신 스타트업 투자, 원전 건설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정부 서비스 디지털화 등에 아람코 IPO 자금이 투입될 계획이다.

런던 투자은행 텔리머의 주식전략 책임자 하스나인 말리크는 “솔레이마니 사망은 중동 최악의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왔다”며 “아람코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추후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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