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KT배왕위전 : 덤이 나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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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40기KT배왕위전'

<도전 5번기 제1국>
○ . 백 왕위 이창호 9단 ● . 흑 도전자 이영구 5단

제7보(77~95)=이영구 5단은 언제 폭발할까. 아직까지는 지구 끝까지라도 같이 가보자는 장기전의 각오가 판을 지배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스승 권갑룡 7단에 따르면 이영구는 개구쟁이였고 야생마처럼 거칠고 험한 바둑을 둔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이창호 9단과 함께 이런 식으로 끝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판은 전혀 요동하지 않는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가 보여 주듯 이창호 9단이 완벽하게 수비하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이영구 역시 도발의 기회가 숱하게 많았으나 잘도 참아내고 있다.

흑은 그러는 사이 오래전부터 큰 곳으로 지목되어온 77과 79를 두었고 백은 새롭게 큰 곳으로 떠오른 78과 82를 두었다. 바둑은 벌써 종반전으로 넘어가고 있다. 검토실에선 "흑이 덤을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비보가 잇따라 전해진다. 그러나 이영구는 전혀 폭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영구 5단은 유명한 전투 바둑이라던데…" 하며 기사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그런데 대답이 묘하다. 이용수 4단이 " 그거, 옛날 얘기인데요. 지금은 변했어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아차. 정보가 틀렸단 말인가.

88로 들여다보자 검토실이 일순 긴장한다. 이 부근 흑의 연결고리가 확실치 않아 백이 흑대마를 잡으러 갈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창호 9단이 모험할 리 없지만 95로 받은 상태에서 백이 A로 끊으면 뭔가 사활이 확실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백에도 문제가 있다. '참고도' 흑 1로 둘여다볼 때 2로 잇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이었다가는 3이 선수여서 A, B가 맞보기.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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