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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거래액 월 1조 넘었지만···자영업자, 수수료에 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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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배달의 민족·요기요를 포함한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정작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광고비·수수료 부담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서비스 거래액 100.3%↑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121조9970억원이었다. 연간 거래액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113조7297억원) 기록을 벌써 넘어섰다.

그런데 음식 서비스(완전히 조리한 음식을 온라인 결제를 통해 배달해주는 것) 거래액이 1조242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3%(5128억원) 늘었다. 2001년 통계작성 이후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통계청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앱·간편식 이용이 늘었다”며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매달 7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플랫폼과 '온도 차' 

국내 배달앱 시장 2위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연합뉴스]

국내 배달앱 시장 2위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점포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자영업자의 경우 온라인 시장과 온도 차가 크다. 배달 플랫폼이 성장하며 매출은 늘었지만,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광고비·중계 수수료도 늘었다. 전국가맹주협의회 관계자는 “배달 앱 별로 수익 모델은 다르지만, 요기요의 경우 건별 12.5%를 수수료를 받고 있고, 카드 수수료 등 별도의 외부결제수수료도 있다”며 “임대료도 매출의 10%가 넘으면 영업 지역을 옮겨야 할 정도인데 수수료가 10%가 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 민족에서는 배달 앱 리스트 상단에 업체 이름을 노출하기 위한 '울트라 콜 경쟁'이 치열하다. 앱을 실행시키면 가까이에 위치한 업체들의 이름이 먼저 뜨는데 업체 위치를 여러 군데로 지정해 놓으면 이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울트라 콜이라 한다. 울트라 콜(깃발)은 1개당 7만7000~8만원이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51·남) 씨는 “다른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업주들 입장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여러 개의 깃발을 꽂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부분 업주는 여러 개의 배달 앱에 등록해 두었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배달 앱, “수수료 낮게 설정할 것”

음식점 3곳만 표시되던 오픈리스트(왼쪽)와 달리 요금체계 변경 후(오른쪽)인 오픈서비스는 신청 가게가 모두 노출된다. [배달의민족 캡처]

음식점 3곳만 표시되던 오픈리스트(왼쪽)와 달리 요금체계 변경 후(오른쪽)인 오픈서비스는 신청 가게가 모두 노출된다. [배달의민족 캡처]

지난달 13일 국내 배달 플랫폼 업계 2·3위인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 히어로(DH)와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인수합병(M&A)을 발표하며 자영업자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8.7%를 잠식해 사실상 독점 시장 체제다.

플랫폼 측은 진화에 나섰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앱 상단'오픈 리스트'에서 주문이 들어올 경우 건별 수수료가 6.8%였지만 이를 5.8%로 낮추고 표시되는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도 광고료 보다는 리뷰ㆍ평점 등으로 바꿀 것"이라며 "울트라 콜 역시 업체별 3개로 제한하고 건별 비용은 월 8만8000원으로 3년간 동결하는 등 기업결합에 따른 수수료 폭등은 없으로 본다"고 말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현재 12.5%의 건별 수수료는 3년간 동결한 비율”이라며 “점포만 운영하던 자영업자의 경우 추가로 소비자가 늘어난 셈이기 때문에 플랫폼과 자영업이 동반 성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물가·최저임금 상승도 부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편 올해 0.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도 자영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종업원 임금 부담은 늘었는데 이를 재화·서비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탓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지만, 이것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노인들은 평균 수명이 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고, 청년들은 주택가격 상승 등 소비심리 위축으로 역시 돈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유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등 일시적 요인과 더불어 소비 부진과 물가 하락이 고스란히 자영업자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최근 종업원을 두지 않는 1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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