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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용ㆍ보답용ㆍ출결 처리용…공소장에 나타난 조국의 인턴 증명서 활용법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1가지 혐의가 56페이지에 걸쳐 서술된 검찰 공소장(지난달 31일)에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라는 단어가 총 32회 등장한다. 이곳서 발급된 인턴 증명서와 관련 ‘허위’라고 명시한 표현은 30여 차례에 가깝고, 이를 입시에 활용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는 말도 거듭 썼다. 또 증명서가 한영외고에 제출됐다는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조국 부부 [중앙포토]

조국 부부 [중앙포토]

“제1저자 논문 올려준 교수 아들에게도 보답 발급”

검찰이 조 전 장관 자녀에게 허위로 발급됐다고 결론 내린 인권법센터 증명서는 총 3가지다. 2009년 딸 조민(29)씨에게 발급된 ‘인턴십 확인서’(활동 기간: 2009년 5월 1일~15일)와 2013년ㆍ2017년 각각 아들 조모(24)씨에게 발급된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ㆍ‘인턴십 활동 증명서’(이상 활동 기간: 2013년 7월 15일~8월 15일)다. 이 중 2009년ㆍ2013년은 조 전 장관과 가까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센터장을 맡았을 때다.

가장 처음 발급된 딸의 인턴십 확인서와 관련,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아내 정경심 교수와 상의하여 (고교생인) 딸의 대학 진학을 위한 허위 경력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같이 발급된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 장모씨와 조 전 장관 지인 박모 변호사 아들 박모씨의 인턴 확인서에 대해서도 모두 조 전 장관이 직접 허위 발급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특히 장 교수에게 준 확인서에 대해선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도와준 장영표 교수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장 교수가 조 전 장관의 딸을 SCI급 병리학 논문 1저자로 만들어주고, 이에 조 전 장관은 장 교수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준 ‘스펙 품앗이’ 의혹이 사실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서울대 사무실에서 센터 직인 날인하여 위조”

위조 방식에 대해선 “조 전 장관이 2009년 7월경 정경심 교수로부터 딸ㆍ장씨ㆍ박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전달받은 후 서울대 교수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위 3명이 실제 인턴으로 활동한 것처럼 각각의 성명ㆍ주민번호ㆍ소속과 함께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이라고 인쇄된 레터지(양식지)에 출력한 후 불상의 방법으로 공익인권법센터 직인을 날인하여 공문서인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교수 한인섭 명의의 2009년 5월 30일 자 ‘인턴십 확인서’를 각 위조하였다”고 했다. 다만 한 교수가 허위 증명서 날인에 동의했는지 등 관여 여부는 공소장에 적지 않았다.

2013년 7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발급 받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2013년 7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발급 받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는 ‘무단결석 처리 방지용’

2013년 발급된 아들의 인턴 예정 증명서는 “(한영외고 재학 중인) 아들이 해외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 수업을 빠져야 하는 상황에서 증빙서류를 얻기 위해” 만들었다고 봤다. 딸의 확인서가 입시용이라면, 아들의 예정 증명서는 당시 고교생인 아들의 무단결석 처리를 막기 위해 고교에 제출할 용도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9일 서울 광화문역 광장에서 조국 퇴진 시위를 연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가 나눠준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턴십 예정 증명서'. 앞서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조국 전 장관 아들 조씨에게 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패러디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9일 서울 광화문역 광장에서 조국 퇴진 시위를 연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가 나눠준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인턴십 예정 증명서'. 앞서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조국 전 장관 아들 조씨에게 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패러디했다. [중앙포토]

증명서 발급 후 정경심 교수는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했다. 당시 아들 조씨는 SAT 학원을 다니기 위해, 학교를 결석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서울대 인턴 활동 명목으로 결석을 출석 처리로 바꾸기 위해서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를 (한영외고에) 제출하여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들 담임으로 하여금 아들이 2013년 7월 15일부터 7월 19일(여름방학식)까지 5일 동안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출석한 것으로 처리하도록 하였다”고 했다

“신임 센터장 발급 거부하자, 측근 직원 통해 허위 발급”

2017년 10월 세 번째 발급 시도는 센터장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파악됐다. 당시는 한 교수 후임으로 양현아 현 센터장이 재직하던 때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의 대학원 지원을 앞두고 입학원서에 제출할 경력이 필요하여 아들에게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하게 하고자 하였으나, 당시 센터장이 ‘인턴 자리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 아들 조씨가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로부터 받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왼쪽)과 2017년에 발급된 '인턴십 활동 증명서' 서류 비교 모습.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조국 전 장관 아들 조씨가 2013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로부터 받은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왼쪽)과 2017년에 발급된 '인턴십 활동 증명서' 서류 비교 모습.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그러자 조 전 장관은 본인이 센터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직접 선발해 친분이 있던, 당시 사무국장 A씨에게 인턴십 활동증명서 발급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2013년에 발급됐던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에서 ‘소속: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주소 : 서울특별시 ○○구 ○○아파트(조 전 장관 자택)’로 바꾸는 식으로 ‘인턴십 활동 증명서’를 만들어 e메일로 보냈다.

"허위 기재는 입학 취소 사유”

이같이 만들어진 증명서는 대학(원) 입시에 적극 활용된 것으로 검찰 조사 파악됐다. 증명서가 입시 목적으로 제출된 대학(원)은 두 자녀의 현 소속 학교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딸)과 연세대 일반대학원(아들)을 비롯해 총 5곳 안팎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이 입시 원서 경력란에 인턴 증명서를 기재해 제출하는 한편, 자기소개서에도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공익적 활동을 꾸준히 하였다”고 적는 식으로 허위 스펙을 활용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검찰은 “부당한 방법으로 합격하였거나 입학지원서에 허위로 기재한 것이 발견되었을 때에는 입학 허가를 취소한다”는 취지의 대학별 입시 요강을 모두 일일이 거론하기도 했다.

변호인단 “검찰 일방 주장일 뿐”

공소장 내용 관련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은 “기소 내용은 모두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 역시 일관되게 “저와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조 전 장관 변호인단은 기소 직후 입장문을 통해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하나하나 반박하고 무죄를 밝혀나가겠다”고 반격을 예고한 상태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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