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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짝퉁 8555개와의 전쟁···승률 93% 전설 쓴 '미르의 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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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휩쓴 K게임 '미르의 전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미르의 전설(중국명 열혈전기)에 나오는 술사 캐릭터(왼쪽)와 유사게임인 중국 37게임즈의 전기패업 술사 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중국명 열혈전기)에 나오는 술사 캐릭터(왼쪽)와 유사게임인 중국 37게임즈의 전기패업 술사 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게임 '미르의 전설2'(이하 미르, 중국명 열혈전기)를 개발한 위메이드는 중국산 ‘짝퉁’ 게임과 4년째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 게임 이름에서 딴 ‘전기류’라는 장르가 생길 정도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불법 짝퉁 게임 때문에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르의 지식재산권(IP)을 불법으로 사용한 중국 게임은 이제까지 발견된 것만 8555개(지난해 12월 말 기준). 관련 게임 연 매출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대어급 IP를 가지고도 위메이드의 매출은 1217억원(2018년 기준)에 그쳤다. 장현국(46) 위메이드 대표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짝퉁게임 8555개 연 4조원 피해 #4년간 70여건 소송전 14승 1패 #“시간 쫓기면 져 무조건 버텨야 #중국도 지재권 침해는 원칙대로”

보다 못한 위메이드는 2016년부터 중국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국내외 법원서 진행 중인 소송만 70여 건. 다들 '중국에서 한국 회사가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현재까지 선고된 15건 중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메이드가 승소했다. 지난 달에만 5건을 내리 이겼다. 현재까지 승률 93%다. 지난달 27일에도 상해 보타구 인민법원은 중국 게임사 킹넷의 게임 ‘왕자전기’에 대해 “미르IP 저작권 침해했다며 경제적 손실 2500만 위안(약 4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왕자전기는 누적다운로드 1000만건이 넘는 중국 인기게임이다.

위메이드는 중국의 거대 게임사들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이겼을까.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316억 달러, 2018년 기준) 시장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위메이드타워에서 장현국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는 “인내심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중국 시장서 생존 위해 소송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30일 분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30일 분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왜 인내심이 중요한가.
“시간에 쫓기면 무조건 진다. 인내심을 갖고 버텨야 한다. 중국 게임사가 그나마 주던 저작권료를 주지 않겠다 해도 '그래라' 하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2016년 4월에 소송을 냈는데 2018년 11월 첫 판결이 났다. 2심까지 4년 걸렸다. 어렵지만 그 기간 동안 버티고 끝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업으로선 힘들지만 버텨야할 일이다.”
버티면 정당한 결론이 나오나.
“적어도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내 경험으로는 부당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중국 내부에서도 IP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원칙대로 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돈 떼먹는 중국 회사도 많아 

미르의 전설(중국명 열혈전기)에 나오는 전사 캐릭터(왼쪽)와 유사게임인 중국 37게임즈의 전기패업 전사 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중국명 열혈전기)에 나오는 전사 캐릭터(왼쪽)와 유사게임인 중국 37게임즈의 전기패업 전사 캐릭터. [사진 위메이드]

왜 소송까지 했나.
“중국 회사 중에는 계약을 지켜야할 이유가 있어야만 지키는 회사가 많다. 돈을 안 줘도 괜찮겠다 싶으면 안 준다는 얘기다. 저작권을 침해하면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내야 하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을 택했다.”
황당한 짝퉁 사례가 많을 거 같다.
“미르 게임 내 캐릭터 직업은 전사, 법사(술사), 도사 3종류다. 이 중 전사만 가지고 모바일 게임을 만든 회사가 있었다. 그러고는 미르IP가 아닌 다른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 되는데 이게 법정에 가면 법관들이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다른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최근 중국 지방 도시에서 일부 게임사들이 ‘국민 전기 연맹’을 창설했다. 이 연맹에선 미르IP가 중국에서 발전했으니 중국 국민의 것이라며 우리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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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 대안 없어 소송전 택해 

위메이드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 게임 이미지. [사진 위메이드]

위메이드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 게임 이미지. [사진 위메이드]

권리관계가 복잡한 측면도 있다.
“맞다. 미르는 우리 회사가 개발했지만, 저작권은 당시 투자했던 엑토즈소프트와 공동 소유다. 그런데 중국에서 미르 PC판 게임 퍼블리싱을 담당했던 셩취게임즈(구 샨다게임즈)가 한국 회사였던 엑토즈를 인수해 버리면서 일이 꼬였다. 셩취게임즈가 중국 모바일 게임사에 160개나 되는 2차 라이센스를 주고 중국내에서 유통하는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독점했다. 이를 막고 권리 관계를 제대로 규정하기 위해 소송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다른 불법 사례에도 대응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는 중국 상대로 소송을 꺼린다.
“다른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 외 다른 대안이 많았지만 우리는 게임이 미르 밖에 없어 중국시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세계 게임시장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출시 20주년, 무협지·웹툰·드라마로 IP확장 

소송 진행 상황은.
“주요 소송 5건 중 4건에서 1심 단계 결론이 나왔고 우리가 승소했다. 싱가포르 중재법원에서 진행 중인 셩취게임즈와의 소송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중국 내 판권 계약 효력이 PC 게임에만 국한되는지 여부를 다투고 있다. 우리는 PC 게임에만 국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건만 결론이 나면 미르IP의 권리관계를 법적으로 확정하는 ‘시즌 1’이 마무리된다.”
시즌2는 뭔가.
“2020년은 회사 설립 및 미르 출시 20주년이다. 지금까지 법적으로 확보한 미르IP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다. 우선 ‘전기상점’ 프로젝트가 있다. 현재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있는 '전기류' 게임이 8000개가 넘는다. 일일이 다 소송을 낼 수 없는 수준이다. 대신 우리가 만든 '전기상점'에 들어와 인증을 받고 저작권료를 내면 앞으론 합법 게임으로 인정해주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사실 우리 게임을 베끼는 중국의 소형 게임사들도 늘 불안하다고 한다. 누군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하면 공안이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르IP로 게임 말고 뭘 더 할 수 있나.
“현재 유명 무협지 작가인 좌백과 진산이 쓴 미르IP 세계관을 담아 웹소설을 다 써놓은 상태다. 카카오페이지와 협업해 이를 바탕으로 한 웹툰을 제작 중이다. 완성되는 대로 웹소설과 웹툰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또 ‘미르의 전설4’등 게임 3종도 완성 단계다. 중국에서 미르 세계관을 활용해 영화, 드라마도 준비 중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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