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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공기소총 노메달 끝낸다, 밀레니엄 명사수 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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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력 교정 수술 이후 임하나는 더는 동그란 안경을 쓰지 않고 사대에 선다. 지금 그는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시력 교정 수술 이후 임하나는 더는 동그란 안경을 쓰지 않고 사대에 선다. 지금 그는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사 지하 1층에는 실내사격장이 있다. 2일 이곳을 찾았다. 사격장에선 임하나(21·IBK기업은행)가 공기소총으로 샤프심 굵기(0.5㎜)의 표적을 조준하고 있었다.

여자 10m 올림픽 금메달 후보 #2018년 세계사격선수권 2관왕 #여갑순·강초현 이어 입상권 도전

앳된 얼굴의 임하나는 2000년 1월1일생, ‘밀레니엄 베이비’다. 그는 “이름(하나)은 부모님이 ‘뭐든지 최고가 되라’고 지어줬다. 영문명이 ‘Im ha na’라서, 별명도 ‘아이 엠 하나’”라며 웃었다. 생일인 새해 첫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복귀한 그는 “이제 진짜 올림픽이 열리는 해”라고 말했다.

주 종목이 여자 10m 공기소총인 임하나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준비 중이다. 10m 공기소총은 0.5㎜ 표적을 맞히는 종목이다. 대개 본선(60발)에서 10.9점 만점 중 평균 10.42점 이상을 쏴야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른다. 그는 654점 만점에 634점까지 쏴봤다.

데이터업체 미국 ‘그레이스노트’, ‘올림픽 메달스 프레딕션 닷컴’은 지난해 도쿄올림픽 종목별 금메달 후보를 전망했다. 임하나는 박성현(여자골프)·이대훈(태권도)과 함께 두 업체가 모두 꼽은 금메달 후보다.

시력 교정 수술 이후 임하나는 더는 동그란 안경을 쓰지 않고 사대에 선다. 지금 그는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시력 교정 수술 이후 임하나는 더는 동그란 안경을 쓰지 않고 사대에 선다. 지금 그는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중학교(충주 율량중) 1학년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총을 잡은 임하나는 3학년 때 국가대표에 처음 뽑혔다. 청주여고 3학년이던 2018년 9월,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2관왕(개인전·단체전)에 올랐다. 임하나는 “충북 지역의 한 군부대에서 원사로 복무 중인 아빠(임홍열)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 학창 시절 아빠랑 사격장에서 내기했는데 실력이 비등비등했다. 여동생 두리도 같은 종목 선수”라고 소개했다.

사대에 서면 명사수지만, 일상에선 남성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를 좋아하고,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영화 장면은 못 쳐다본다는 20대 여성이다. 하지만 채근배 IBK기업은행 감독은 “하나는 격발 감각이 탁월하고, 승부욕이 엄청나게 강하다”고 평가했다. 하루에 300발을 쏜 적도 있다고 한다.

2년 전까지만해도 동그란 안경을 쓰고 경기에 나선 임하나. [사진 임하나]

2년 전까지만해도 동그란 안경을 쓰고 경기에 나선 임하나. [사진 임하나]

임하나는 세계선수권 당시 안경을 쓰고 금메달을 따냈지만, 요즘은 쓰지 않고 사대에 선다. 지난해 2월 눈에 상처를 덜 내고 회복도 빠르다는 라식 수술을 받았다. 시력은 0.3~0.4에서 1.0~1.5로 좋아졌다. 그는 “안경이 불편했다. 팀 동료(송종호)가 시력 교정 수술 후 잘 적응하길래, 부모님과 상의해 결정했다. 소총은 총을 얼굴에 대고 조준한다. 그래서 방향과 좌우 흔들림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발가벗은 느낌이었고, 빛 번짐도 있었는데 이제는 적응했다”고 말했다.

임하나는 현재 국가대표가 아니다. 지난해 무관에 그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는 “사격 인생에서 가장 긴 슬럼프였다. 난 멘털이 약한 편인데, 주변의 기대와 관심을 크다 보니 자신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의 도쿄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 출전권은 2장이다. 그는 4, 5월에 모두 5차례 열리는 대표선발전(총점 합계)에서 금지현(21)·정은혜(31) 등과 경쟁한다. 그는 요즘 을지로와 태릉을 오가며 소총 3자세(슬사·복사·입사) 대표선발전도 준비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여갑순. [중앙포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여갑순. [중앙포토]

임하나는 지난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주니어 소총 3자세에서 4위에 올랐다. 당시 여갑순(46) 국가대표 후보 선수 전임지도자는 그의 약점인 자신감 결여를 고쳐주려고 많이 애썼다. 여갑순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여자소총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강초현(38) 은메달 이후 20년째 노메달이다.

임하나는 “2년 전 세계선수권 우승 때 여 감독님이 달려와 ‘내가 더 기쁘다’며 안아주셨다. 전에 ‘강초현 사격장’에서도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 대표선발전 당시 겁을 먹어 떨어졌다. 이번 선발전에서는 ‘9점에 빠져도(9점을 쏴도) 다음에 10.9점을 쏘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겠다. 한번 즐기며 해보겠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사격 임하나. [사진 임하나 제공]

도쿄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사격 임하나. [사진 임하나 제공]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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