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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지진은 새 단층?···학계 일각선 "경주 지진의 연장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서구 송도초등학교에서 열린 복합재난 대응훈련. 지진경보가 울리자 4~6학년 200여 명의 학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서구 송도초등학교에서 열린 복합재난 대응훈련. 지진경보가 울리자 4~6학년 200여 명의 학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고 있다. [중앙포토]

30일 오전 0시 32분 8초 경남 밀양 지역을 크게 흔든 지진은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한 것일까.
아니면 인근 밀양 단층이나 양산 단층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날 새벽에 발생한 규모 3.5의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88건의 지진(규모 2.0 이상) 가운데 7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7번째 규모…밀양단층 서쪽에서 발생

또, 한반도 육상에서 발생한 45건의 지진 중에서는 세 번째로 큰 지진이다.

올해 가장 큰 지진은 지난 4월 19일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3의 지진이고, 육상에서는 지난 7월 21일 경북 상주시 북북서쪽 11㎞에서 발생한 규모 3.9 지진이다.

규모 3.5, 최대 진도 IV 지진 

191230 밀양 지진 [자료 기상청]

191230 밀양 지진 [자료 기상청]

이날 새벽 밀양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한 후 두 차례 여진, 즉 규모 2.1과 규모 1.6의 지진이 더 발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으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계기 진도로 최대 진도 IV가 감지됐다"며 "피해 신고는 없었지만, 지진을 감지했다는 신고는 40여 건 접수됐다"고 말했다.

진도 IV에서는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린다.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진동 때문에 잠에는 잠을 깨기도 하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밀양에서는 지난 10월 4일에도 규모 2.6 지진이 발생했고, 이웃 경남 창녕에서도 10월 27일 규모 3.4 지진 발생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 기상청 우남철 지진전문분석관은 "밀양에는 '밀양 단층'이 존재하지만 이번 단층은 기존 밀양 단층이나, 그보다 서쪽인 자인단층보다도 북서쪽에서 발생했다"며 "10월에 발생한 밀양 지진과도 4㎞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한반도 지역 지진이 8~10㎞ 깊이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데 비해 이번 지진은 20㎞ 깊이에서 발생했다”며 “포항 지진은 12㎞, 경주 지진은 4㎞ 깊이였던 데 비해 더 깊게 발생해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우 분석관은 "지난 10월 지진은 발생 깊이가 9㎞이고, 이번에는 발생 깊이가 20㎞여서 연관성이 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10월 창녕 지진이나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과도 관련성을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남 지역은 여러 단층대가 지나는 지역이지만 아직 주변 단층과 연관을 짓기에는 정보가 부족하고,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점은 아직 알려진 단층이 없어  새롭게 생겨난 단층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땅속에서는 양산단층대로 이어져

영남지역의 양산 단층대. 자인(J), 밀량(Mi), 모량(Mo), 양산(Y), 동래(U), 일광(I), 울산(U) 단층 등이 표시돼 있다. [중앙포토]

영남지역의 양산 단층대. 자인(J), 밀량(Mi), 모량(Mo), 양산(Y), 동래(U), 일광(I), 울산(U) 단층 등이 표시돼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밀양단층 등 모두가 양산 단층대와 연결돼 있고, 이번 지진도 크게 봐서는 경주 지진의 연장 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산 단층은 경북 영덕에서 경남 양산시를 거쳐 부산광역시에 이르는 길이 170㎞의 영남 지역 최대 단층이다.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특임교수는 "지표에서 보면 따로따로 구분되는 단층들도 땅속 깊이 들어가면 모두 양산 단층대로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며 "이번 지진도 크게 보면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땅속 양산 단층이 지표로 올라오면서 균열이 꽃처럼, 부챗살처럼 퍼지는데 이를 꽃 스트럭쳐(flower structure)라고 한다.
지표면에서 보면 영남지역의 자인·밀양·모양·양산·동래·일광 단층(서쪽부터)이 서로 다른 단층처럼 보이지만, 땅속으로 들어가면 하나로 모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밀양이나 창녕 지진은 물론 과거 경주 지진도 양산 단층대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3차원 단층 지도 필요 

한반도 주변의 단층 분포 [중앙포토]

한반도 주변의 단층 분포 [중앙포토]

양산 단층대에서 지진이 빈발하는 것은 한반도가 동-서 압축을 받기 때문이다.
서쪽에서는 인도 대륙이 남쪽에서 밀고 올라오며 유라시아판을 들어 올리고, 그로 인해 한반도가 동쪽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반대로 동쪽에서는 태평양판이 일본 열도 아래로 밀고 들어오면서 한반도를 서쪽으로 밀고 있다.

이 교수는 "동서 압축 때문에 한반도에 에너지가 축적되는 것은 분명하고, 그게 어디서 해소되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재처럼 규모 3~4 수준의 지진이 자주 발생해 쌓인 힘을 풀어주면 큰 지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이번 지진에서 보듯이 양산 단층대에 대한 3차원 정밀 단층 지도 작성이 필요하다"고 "기존 시추공을 이용하는 등 정밀 탄성파 탐사를 통해 조사해야 한다" 강조했다.
현재는 2차원 평면적 지도 작성 수준에 그쳐 지진 발생에 대비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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