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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독촉한다고 방 불내고, 못나오게 흉기로 위협한 세입자

중앙일보

입력

지난 25일 오후 11시 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59)를 구속했다.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11시 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59)를 구속했다.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한밤중에 전북 전주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이곳에 살던 60대 여성이 숨졌다. 경찰 수사 결과 숨진 여성은 집 관리인이었고,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50대 남성이 밀린 월세 독촉에 화가 나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추적] #전북 전주 한 주택서 방화 추정 불 #집 관리인 6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옆방 50대 세입자, 불 내고 달아나 #문 앞서 흉기 들고 못 나오게 막아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불이 나자 집 관리인은 집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불을 지른 세입자가 문 앞에서 흉기를 들고 서 있어서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도대체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집에 불을 질러 집 관리인을 숨지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로 A씨(59)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주지법은 이날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사건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발생했다. A씨는 이날 오후 11시 55분쯤 동완산동 본인이 세 들어 살던 집에 불을 질러 집 관리인 B씨(61·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이 난 집은 10평(33㎡)도 안 되는 1층짜리 오래된 집이다. 작은 방 3개와 부엌 등으로 이뤄졌고, A씨와 B씨를 비롯해 세 가구가 모여 살았다고 한다. 나머지 한 세입자는 방화가 일어나기 며칠 전 지인을 만나기 위해 집을 비워 참변을 피했다.

지난 25일 오후 11시 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59)를 구속했다. 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11시 55분쯤 전북 전주시 동완산동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60대 집 관리인이 숨졌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이 집에 세 들어 살던 A씨(59)를 구속했다. 사진은 불에 탄 주택 내부.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월세 25만원을 내며 해당 주택에서 살았다. A씨와 B씨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60만원 정도의 생계급여를 받으며 생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두 달 치 월세를 밀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사건 당일 라이터를 이용해 천 조각에 불을 붙여 B씨 방 앞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에 얼지 않게 보일러 관을 감싼 플래카드 재질의 헝겊을 불쏘시개로 삼았다. 집이 낡은 데다 문과 창틀 등이 나무로 만들어져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B씨는 A씨가 흉기를 든 채 "나오면 죽이겠다"며 문 앞을 막고 서 있어서 방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B씨는 다급히 다른 지역에 사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남동생이 집주인이고, B씨는 동생 집에 살면서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생은 곧바로 112에 신고했지만, B씨는 방 안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방과 화장실에 창문이 있었지만, 방범용 쇠창살이 설치된 데다 너무 좁아 탈출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부검 결과 B씨 사망 원인은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사'였다. A씨는 불길이 집 전체를 뒤덮은 뒤에야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도주한 A씨는 범행 이튿날(26일) 오후 3시쯤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을 지나가다가 그를 알아본 동네 주민 2명에 의해 붙잡혔다.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 안주머니에는 흉기가 있었다.

A씨는 경찰에서 "나는 월세를 다 줬다고 생각했는데 B씨가 '밀린 월세를 내라'고 다시 독촉했다. (범행 당일) B씨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와 내가 '얘기 좀 하자'고 했는데 문을 '쾅' 닫고 방에 들어가 순간적으로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방화 혐의는 인정하지만, 계획 범행은 아니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확보한 수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유류 성분이 있는지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며 "A씨가 혐의를 시인한 만큼 범행 전후 행적 등을 조사 후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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