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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새로운 길' 고심? 당 전원회의 하루 지나도 안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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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도한 이번 회의에는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들이 참가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도한 이번 회의에는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들이 참가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지난 4월 10일 제4차 전원회의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당 전원회의는 노동당 규약 등에 따르면 해당 시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다. 200명 이상의 당 중앙위원들이 전원 참석한다. 여기에 당과 내각 및 중앙기관 간부, 각 도 인민위원장 등까지 방청해 대규모로 진행됐다.

북, 당 전원회의 어제 개최해 이례적 '하루 이상' 진행 #1인 주석단→18명 정치국 위원 앉아…박봉주는 빠져

통신은 제5차 전원회의에 대해 “중중첩첩 겹쌓이는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박차며 혁명 발전을 더욱 가속시키고 당 건설과 당 활동,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서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하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세 하에서 우리 당과 국가의 당면한 투쟁 방향과 우리 혁명의 새로운 승리를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문제들이 상정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신은 이날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나서는 중대한 문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전원회의는 계속된다”고 밝혀 이날 회의가 ‘하루 이상’ 진행될 것임을 알렸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당 전원회의는 이번까지 모두 여섯 차례 열렸는데 회의가 하루 이상 진행되기는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하루 이상 여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 신년사가 예정돼있는 만큼 전원회의는 28~29일 이틀간 진행될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례적 ‘긴’ 회의 왜…김정은 고심 깊나 

제5차 전원회의를 하루 이상 여는 데다, 주요 내용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두고 ‘새로운 길’ 천명에 앞선 김 위원장의 고심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처음 제시했고, 2018년 4월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 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했다. 그러면서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천명했는데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이제부턴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노선 변화였다. 이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며 비핵화 협상에 몰두했다. 하지만 1년 반 이상 협상이 공전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를 끌어냈어야 했지만, 비핵화 협상은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이후 침체에 빠져 있다.

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 개최에 이어 내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의 구체적 모습을 밝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인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계속 압박과 제재로 나간다면 내년부터 우리도 ‘새로운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새로운 길’ 수위 낮출까

김 위원장이 밝힐 '새로운 길'과 관련해 지난 27일(현지시간) 주목할만한 외신 보도가 나왔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내년 2월까지는 미국과 협상 여지를 타진하면서 군사적 중대 도발을 유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기념하는 2월 16일(광명성절)까지는 북한의 주요 무기 시험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국 당국자들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측 판단에 대해 보고를 받은 한 인사는 "북한은 그 무렵(2월 16일)까지 미국의 협상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를 기다릴 것으로 보이며, 만약 미국의 태도 변화를 보지 못한다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ICBM) 또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같은 관측과 관련,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밝힌 지 1년이 좀 넘었는데 북한이 당장 핵 무력 건설로 회귀하진 않을 것”이라며 “현 전략 노선은 유지한 가운데 변화된 정세를 반영해 국방 쪽 비중을 늘리는 ‘새로운 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향해선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조건부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도 “내년 초 레드라인(핵실험·ICBM 발사)을 넘는 무력 도발 가능성은 작다”며 “핵 능력 강화 구두 선언, 영변 핵 단지 활동 강화 등 다양한 도발을 통해 국방 자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8일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국가 건설'과 '국방 건설'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연합뉴스]

◆1인 주석단→18명 정치국 위원 자리, 박봉주는 빠져
이번 전원회의에서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제4차 전원회의에선 김 위원장 홀로 주석단에 앉아 회의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의 권력 위상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8개월 만에 집단 지도체제의 모습을 보였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3명과 위원 18명 등 총 21명이 자리해야 하지만 18석만 배치됐다. 정부 소식통은 “상무위원 중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치국 위원 중에선 태종수 당 부위원장·노두철 내각 부총리 두 명이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박봉주 부위원장 대신 김재룡 총리가 상무위원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은 “주석단에 정치국 위원을 포진시킨 건 이번 전원회의 결정의 무게감을 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북한 경제통인 박봉주 부위원장이 상무위원에서 소환(탈락)됐다면 김재룡 내각 총리로의 세대교체이거나 경제 총력 노선을 다소 후퇴시키고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상징적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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